5. 카프리 섬 투어
다이애너 황태자비가 왔고, 얼마 전 박지성 선수가 신혼 여행을 왔다는 그 곳, 카프리 섬에 갔다.
가이드가 최대한 야하게 입고 나오라고 한바탕 웃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니 관광 온 한국인 특징이 있단다.
어디 가든 아웃 도어를 입고 나타나면 한국인이란다.
중국과 일본은 아직 아웃 도어 바람이 불지 않았단다.
반면 중국인은 온몸에 명품을 휘감고 있는데 차림새에서 세련미가 안 느껴진다.
한국인은 융프라우요흐를 가든, 카프리 같은 휴양지를 가든, 성당을 가든 무조건 아웃 도어 차림이란다.ㅋㅋㅋ
정말 그랬다. 우리 일행 중에도 50 대 이상 분들은 줄기차게 아웃 도어를 입고 나타나셨다.
미국 일간지에서 한국인의 아웃 도어 사랑을 비꼬듯이 기사를 낸 적이 있다고 가이드가 알려줬다. 덧붙여
' 정말 아웃 도어 좀 입고 다니지 말라'고 말해서 한바탕 웃었다.
너도나도 유행에 휩쓸리는 우리 나라의 풍조가 아웃 도어 유행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한 때는 학생들이 너도나도 노페를 입어 한국 교육이 산으로 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더니
요즘은 어딜 가도 아웃 도어 차림의 사람을 보게 된다.
이 또한 유행에 너무 민감한 한국인의 단편적 모습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최대한 야하게 입고 나오라는 가이드의 주문과는 달리
일행 대부분은 평소처럼 평범하게 차리고 나왔다. 몇분은 줄기차게 아웃 도어 차림.
우리 모녀는 그나마 꽃무늬 민소매를 입었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민소매를 입은 날이 이 날이다.
다른 때는 추워서 엄두도 못냈다.
일행 중에 전라도 광주분이 계셨는데
이 분은 야한 원피스를 여러 벌 가져와선 숙소에서만 입는다고 룸메이트가 폭로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우리 모녀가 이날은 용기를 갖고 샤랄라 옷을 입고 나오시라고 했건만
약간 나풀거리는 블라우스만 입으셨다.
여행에서 옷차림도 한 몫 하는 듯하다. 찍어 온 사진을 보니 그렇다.
카프리 같은 바닷가에서는 나풀거리는 롱 원피스가 제격이다.
반면 카프리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하나같이 비키니 차림이었다.
다른 곳에서 만난 유럽 사람들도 정말 자유롭고 소박한 패션이었다.
딱히 뭐가 유행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우리는 거리를 나가면 똑같은 차림의 사람들 천지인데 말이다. 심지어 얼굴까지도 말이다.
가이드 말이 얼마 전 박지성 선수가 카프리 섬에 신혼 여행을 왔단다.
같은 배를 탔단다.
그 정도 유명인이면 호화 요트를 타고 카프리 섬에 들어갈 법도 한데 말이다.
유명인 답지 않게 보통 관광객처럼 페리호를 탄 것을 보고 같은 배에 탄 한국인 관광객 수 백명이 그 검소함에 깜짝 놀랐단다.
' 과연 박지성 선수구나!'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참 재미났다.
어지간하면 다 듣고 싶은데 눈꺼풀이 감길 때도 있어 놓친 경우도 있다.
이 날도 날씨가 쾌청하여 제대로 휴양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카프리는 고된 여행 일정 중에서 꿀맛 같이 달콤한 시간이었다.
지중해 특유의 바다 색깔과 피서 온 현지인들의 모습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갈이 배기지도 않은지 아무데나 대충 수건 깔고 일광욕을 즐겼다.
한국 사람들은 피부 그을릴까 봐 팔토시, 선글래스에 양산을 챙겨 들고 다니는데
이들은 온몸으로 햇빛을 즐겼다. 그 모습이 참 대조적이었다.
솔직히 넓은 모래 사장과 에메랄드 바다를 기대하였는데 자갈밭이라 조금 실망했다.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분명 하얀 모래 사장이 어딘가에 있었을 거다. ㅋㅋㅋ
바다색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카프리 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1인 리프트는 별로 무섭지 않고 15분 동안 망중한을 즐길 수 있었다.
앞에 가는 딸 모습과 카프리 섬을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데 휴대폰이 저 아래로 떨어져 박살날까 엄청 조심스러웠다.
삼각형 모양의 카프리 섬이 참 아름다웠다.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리프트 타고 정상에 올라갔을 때 고기처럼 푸른 바다를 수놓고 있던 수많은 요트들의 모습이었다.
지중해 바다 색과 하얀 요트 색이 정말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수평선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지난 며칠 간 입안도 헐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몸이 참 고단했는데
카프리 섬 투어는 힐링 타임이었다.
6. 피렌체
영어로는 플로렌스.
가죽이 유명하고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르네상스의 발원지라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주역 200여명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피렌체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유명한 르네상스의 문화재를 어디서나 보고 자란다고 하니
그들의 예술적 소양은 두말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이 곳에 바로 미켈란 젤로의 무덤이 있고
미켈란 젤로를 비롯해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메디치 가문도 바로 여기서 탄생햇다고 한다.
피렌체 하면 르네상스, 메디치를 꼭 알아야 한단다.
메디치 가문은 원래 상인 집안이었는데 나중에 교황도 배출하게 된단다.
메디치 가문이 페렌체에서 환전을 시작하여 이 곳에서 은행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알약을 최초로 만들어 medicine이 메디치에서 유래한 것이란다.
게다가 르네상스 예술가들에게 막대한 재원을 지원하여 훌륭한 예술작품이 나오도록 하였고
정치도 잘해 대대로 피렌체 시민들에게 존경 받는 가문이었다고 한다.
후손이 없어 대가 끊어지면서 유언을 남기는데
" 이 곳에 있는 모든 예술 작품들을 절대 피렌체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하고 모든 재산을 헌납한 바람에
피렌체에 르네상스 예술 작품이 그대로 있다고 한다.
아직도 메디치 가문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 메디치를 상징하는 백합 문양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맨홀 구멍까지)
이렇게 세세토록 존경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시민과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과연 어떤 곳일까 무지 궁금하였다.
직접 거리를 다녀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딸은 이탈리아 도시 중에서 피렌체가 가장 좋다고 하였다..
어딜 가도 르네상스의 미술품이 눈앞에 펼쳐지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 축복 받았다.
피렌체 광장에서 피렌체 성당을 그리는 한국 유학생을 만났다.
일본 사람 같아 보이는 외모였으나 일행이 말을 걸어보니 한국 유학생이었다.
돔을 그리고 있어서 물어보니 건축학과 학생이란다.
빨강, 검정 볼펜으로만 그림을 그리는데 아주 잘 그렸다.
이탈리아에는 한국인이 5천명 정도 있다고 한다.
주로 유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로마에는 한국어 학교도 개설되어 유학생들이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피렌체는 예로부터 가죽이 유명해서 잡화 용품 가게를 들렀다.
딸이 " 엄마 질러" 라고 꼬드겼지만 꾸욱 참았다.
가죽은 만져보니 참 좋았다.
로마 군사들의 갑옷 등을 만들고, 비에 젖어도 견디는 기술을 피렌체인들이 개발하였다고 하니 질은 좋을 듯하다.
가죽 제품은 안 샀지만 엑스트라 올리브와 발사믹 식초 등은 샀다.
가이드 말이 이탈리아에서 꼭 사야 할 게 있다면 발사믹 식초라고 해서, 좀 가격이 세지만
유학생도 도울 겸,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두 병 사왔다.
조리해도 좋지만 25년 된 거라서 식후에 한 스푼씩 먹으면 좋다고 한다.
엑스트라 올리브는 시음을 해 보니 풀맛이 강하고, 목구멍에 넘길 때 칼칼한 매운 맛이 나는 게 참 달랐다.
이건 절대 튀김용이나 전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샐러드에 쓰거나 직접 복용하는 거라고 한다.
맛있게 시음도 하고, 올리브로 만든 비누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