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 간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였다.

특히 로마와 폼페이가....

2014년이 아니라 200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그 느낌.

모든 것이 경이로왔다.

 

3일 내내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난 입 안에 커다란 혓바늘이 돋았고,

딸은 밀라노에서 급체를 하여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설상가상 이탈리아 모기에게 현혈까지 했는데 상처가 덧나 진물이 질질 흐르고 퉁퉁 붓기까지 하였다.

주말이라 문 연 약국이 없어 약을 살 수 없어 그대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가져 간 약은 소화제, 연고, 밴드, 진통제 정도밖에 없어서....)

서울에서 늘어져 있다가 갑자기 강행군을 하다보니 몸이 탈이 난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만 뒤쳐지면 안 되니 끝까지 따라다녔다.

먹을 것도 악착같이 먹었다. 타지에서 병 나면 안 되니깐.

 

밀라노, 로마, 바티칸,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 피렌체, 베네치아로 이어진 이탈리아 여행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시간 할애를 많이 한 부분이었다.

그만큼 이탈리아가 볼거리가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1. 밀라노

밀라노는 저녁 늦게 도착하여 별로 많이 구경하진 못했다.

주말인데다 휴가철이라서 문이 다 닫혀 있었다. 하여 패션 일번지 밀라노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나도 아프고 딸도 아프고 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밀라노 도시 설계를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했다는 것은 확실히 저장했다.

이탈리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름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 젤로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두 천재에 대해서는 시간이 되는대로 꼭 세세히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밀라노 성당은 참 멋졌다.

이탈리아 여행 내내 가장 많이 구경한 게 바로 성당이다.

딸이 이탈리아 여행 중에

" 아! 성당 지겹다"는 말을 했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는 절 구경이 관광의 전부이듯

 이 곳은 성당 구경이 전부야. 성당이 그들의 역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라고 대답해줬다.

같은 듯 다른 성당의 모습들만 봐도 입이 쩌억 벌어지던데

유럽에서 성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2. 바티칸시국

교황이 한국을 방문할 때 우린 교황이 사는 바티칸을 방문했다.

일행 중 어떤 분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단다.

" 야, 나 교황 보러 왔다"하더란다.

" 그래? 난 교황 사는 곳에 왔다." 하셨단다.

교황이 사는 곳, 그 곳을 보기 위해, 아니 미켈란 젤로의 "천지 창조"와 "최후의 만찬"을 관람하기 위해

새벽별을 보고 일어나서 길거리에서 노숙자처럼 대기하였다. 실제로 바닥에 종이를 깔고 앉았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준비해서 바티카 입구에 7시 경에 도착하였다.

어떤 분이 줄 선 것을 구경하고 오셨는데 줄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단다.

예약팀만해도 3만면이 넘는다고 하니 바티칸의 인기를 실감하고도 남았다.

보통 3-4시간은 기다리는 게 기본인데 일찍 서둔 바람에

2시간 10분만에 바티칸시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바티칸은 9시부터 입장 가능하다)

바티칸에 들어가서야 왜 사람들이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들어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들어서자마자 숙연함이 저절로 느껴졌다.

가장 위대한 예술품 중의 하나인 미켈란 젤로의 "천지 창조"와 "최후의 만찬"이 만들어진 배경 설명을 가이드로부터 들었다.

작품을 실제 보자 더 경이롭고 전율이 느껴졌다.

최후의 만찬 속에 흑인 두 명이 들어 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다. 미켈란 젤로의 평등 사상을 볼 수 있는 대목이란다.

유일하게 이 작품들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눈과 마음에 새길 수밖에....

베드로 성당이나 다른 곳들도 역시 위엄이 느껴졌다.

용감하고 충성스럽다는 스위스 근위대를 만나서 살짝 사진을 찍었다.

 

3. 로마

고대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로마 투어는 편하게 우아하게 벤츠를 타고 했다.

관광 버스가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보를 하거나 우리처럼 벤츠 투어를 해야 한단다.

기사가 열고 닫아주는 벤츠도 타보고 호사를 누렸다.

영화 "로마의 휴일" 에 나왔던 진실의 입에도 가고,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 먹었던 그 장소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마침 공사 중)도 갔다.

그 옆에는 오드리 헵번이 커트했던 이발소도 있다.(지금은 가방 가게)

이 곳에서 젤라또(아이스크림)도 먹고 마침내 약국을 발견하여 가이드에게 통역을 부탁하여 약을 샀다.

딸은 그새 모기 물린 데가 퉁퉁 부어 올라 있었고, 난 혓바늘이 점점 커져 쓰라렸다.

(다행스럽게도 일행 중 소염제를 가진 분이 있어서 2일간 먹였더니 한결 나아졌다.)

바티칸 보려고 새벽에 일어난지라 너무 고단하여 계속 벤츠를 오래 타고 싶은 소망이 있었으나

조금 탔다가 내려서 설명 듣고 하는 통에 소망이 사라졌다. ㅋㅋㅋ

로마에 깔려진 돌은 고대부터 사용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달릴 때마다 차가 덜그덕거리는데 로마 사람들은 그러겠거니 하고 산단다.

건물 하나하나 역사 자체였다.

왜 우린 옛것을 모두 부수고 새것으로 도배를 하고 말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이탈리아 관광이 모두 끝나고 인솔자가 버스에서 "로마의 휴일"을 보여줬는데

벤츠 투어 하면서 봤거나 직접 가봤던 장소들이 나오니 정말 반가웠다.

오드리 헵번은 정말 귀품 있고 아름답다.

 

4. 나폼쏘(나폴리, 폼페이 , 쏘렌토)

이번 여행에서 다른 팀의 일정보다 좋았던 게 바로 나폼쏘가 뜰어 있던 것이다.

먼저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배는 나폼쏘가 들어 있는 우리 일정을 부러워했다.

나폴리와 소렌토는 폼페이를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지만서도.

폼페이를 가던 날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여행은 날씨가 정말 중요한데(사진에도 영향을 준다) 운이 좋았다.

유럽 간다고 민소매를 옷을 몇 벌 샀는데 계속 쌀쌀해서 못 입고 있다가 이 날 입었으니 제대로 여름 날씨였던 셈이다.

평소에는 40도 이상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 날도 평균 기온은 아니었다. 걸어다녀도 땀이 안 났으니 말이다.

엄청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던 폼페이란 도시가

하루아침에 화산재에 덮여 사라진 어마어마한 사건,

그 사건을 이야기로 쓴 책을 읽었던 게 고등학교 때인 듯하다. 영화도 나왔다지. 꼭 봐야지.

그런 폼페이를 내 발로 밟아보다니.....

화산재에 뒤덮이 시신을 보니 이게 실화인 것이 절감되었다.

이런 도시가 하루아침에 멸망하고 그걸 오랜 시간이 흘러 발견하고 복원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폼페이를 돌아보니 상상 이상으로 발달된 도시였다는 걸 여기저기서 알  수 있었다.

하다 못해 사창가도 있고, 사창가에는 다양한 체위 그림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가이드가

" 남자분들은 자세히 보고 가시고, 아이들은 바닥만 쳐다 보고 후딱 지나가세요" 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사창가 옆에는 비뇨기과도 있다.

바닥에는 형광 대리석을 깔아 밤에도 불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대리석 모자이크도 벌써 보인다.

화덕도 보이고, 맷돌도 보인다.

폼페이 사람의 놀라운 문명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발달된 도시가 하루아침에 멸망하다니 허망하다.

 

5. 이탈리아 VS 대한민국

로마에서 23년 째 살고 있는 가이드가 들려준 현지인의 삶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아둥바둥 사는 우리와는 너무 달랐다.

상점들은 보통 8시에 문을 열고 12시에 닫는단다.

그리고 점심 먹고 낮잠을 잔 후, 4시에 문을 열어 7-8시에 폐점을 한단다. 공무원들도 일이 참 널럴하단다.

아침은 주로 가까운 카페에 가서 빵과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간단히 먹고,

우리와는 정반대로 저녁을 2-3시간 거하게 먹는단다.

 

대박은 학생들의 삶이었다.

가이드 딸이 고3인데 이탈리아 학생들은 초중고 학생 동일하게 수업이 1시에 끝났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일행에 있던 학생들(우리 딸 포함)이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우리나라 고3의 생활과 천지차이다.

얼마 전 가이드가 큰 수술을 받아 중환자실 3일, 입원실 3일 있었는데 퇴원할 때 돈 한 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 복지와 의료 복지가 우리보다 앞선 것이다.

노인 수당도 자그마치 월120만원이 꼬박꼬박 나온단다.

한국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탈리아가 이렇게 복지가 안정되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놀랍고 부러울 뿐이었다.

 

한국이 유럽식 교육과 복지 정책을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미국식을 받아들여서 오늘날 국민도 학생도 불행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복지 정책은 말 그대로 국민이 병 들고 무일푼일 때도

나라가 최소한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복지 사회가 아닐까!

우린 지금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국민의료보험도 뜯어고치려고 하고 있다.

미국에 4년간 살다온 후배말이 미국에서 앰블런스 부르면 까딱하면 1000만원도 나온다고 한다.

팔이 부러져도, 감기가 걸려도, 이가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다고 한다.

차라리 한국 나와서 받는 게 더 이득이란다.  바로 의료 민영화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불법체류자도 일단 병원에서 치료부터 해 준단다.

이게 진정한 선진 국가이고 생명 존중 아닐까!

솔직히 이탈리아 가면 소매치기와 좀도둑이 너무 많다고 하여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인 줄로만 알았다.

가이드의 현지인 삶을 들어보니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훨씬 더 선진국이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또한 갈등을 가지고 있단다.

남북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

밀라노, 로마 등 북부는 GNP가 4만 달러를 넘지만

남쪽 특히 나폴리 등은 1만 달러도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북쪽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남쪽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 븍쪽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급기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남북 분리를 주창하는 정치인이 나오고 있고,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한국과는 철학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탈리아 학생들의 삶이 참 부러울 뿐이었다.

한국의 학생들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말이다.

노동 시간 2위를 달리는 한국인들과

이탈리아 인들의 즐기는 삶이 너무 달라 그들의 그 여유가 참말로 부럽다.

우리처럼 살아도 한 세상,

저들처럼 살아도 한 세상인데,

이렇게 아둥바둥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인들이 너무 게을러서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난 그들의 " 카르페 디엠" 적 사고가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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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0 2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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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1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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