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날이다.

교육경력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개학 전날은 긴장을 한다.

늦잠 자서 학교 못 갈까 봐.

 

아침 조회를 하였다.

시상을 하고 정년퇴임을 하시는 선생님의 퇴임사를 들었다.

41년간 교직을 지겨오다가 떠나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이제 며칠 후면 출근을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쉬시게 될텐데...

방학이라서 쉬는 것과 이제 완전히 학교를 떠나 쉬는 기분이 많이 다를 거라 짐작 된다.

명예롭게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은 분명 축복 받을 일이다.

이번에도 많은 분이 명예퇴임을 신청하셨다는데 7% 정도만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금이 불안하여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서를 냈으나

나라에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명예퇴직할 권리도 앗아 갔다.

자기 계획대로 퇴임하기도 힘들어진 세상이다.

선생님은 퇴임사로

본교 아이들에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인성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었다.

이어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2학기에 배려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을 해주었다.

두 분 말씀에 공통점이 있어 나도 덧붙여 말했다.

 

이제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하고.

창의성과 인성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창의성이란 남과 다른 것을 생각하는 힘이요

인성이란 남과 조화롭게 살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들이다.

예전에도 지, 덕, 체라 하여 인성이 강조되긴 하였으나

요즘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고 본다.

작금에 벌어지는 여러 가진 흉흉한 일들이 바로 머리만 커지고 마음은 자라지 못한 결과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성이 함께 자라야 남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남의 아픔에 공감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게 우리의 비극이 아닌가 싶다.

 

창의성은 1학기에도 누누히 말했던 부분들이라 아이들이 대충 개념은 알고 있다.

인성 중에서도 교장 선생님이 말했듯이 "배려"가 가장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배려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을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배려가 없기에 올해만 해도 안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배려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2교실 도서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배려란 이런 것임을 정말 잘 보여주는 멋진 그림책이다.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 작가의 신작이다.

다른 올챙이보다 조금 더 일찍 개구리가 된 큰오빠 개구리 이야기이다.

큰오빠 개구리가 얼마나 동생 개구리를 배려하는지 그림책은 보여준다.

백희나 작가는 이번에 또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그림을 보면, 얼른 그림자 연극이 또오른다.

자신이 먹고 싶은 똥파리를 동생을 위해 양보하고

배고픈 동생 개구리들을 위해 하루종일 똥파리를 처억 척 잡아준다.

정작 본인은 하나도 먹지 못하고 쫄딱 굶은 채 기진맥진 쓰러진다.

꿈에서 똥파리를 통째로 잡아먹는 큰오빠 개구리,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우리 아이를 이 큰오빠 개구리처럼 길러내야 하는 게 교육의 목표이고, 인성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당장 먹고 싶지만 나보다 더 약한 이를 위해서 기꺼이 내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지금 우리 사회는 강자가 약자를 도와주고 보호해주는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동물 사회와 똑같이 약육강식의 사회이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보낼 사회는 그런 사회에서 벗어나도록 해 줘야 한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부모가 그런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연합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이 무서운 사회로부터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다.

세월호와 윤일병 사건이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 속에 백희나 작가의 바람이 보인다.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큰오빠 개구리 같은 사람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분명 어제보다 내일은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큰오빠 개구리이기를 바라기보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 아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부터 큰오빠 개구리 같은 사람이 되라고 교육해야겠다.

그게 다같이 맘 놓고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공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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