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역시 스위스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막연하게 동경하던 곳이 스위스였는데

스위스는 나를 실망시지키 않았다.

 

전 날,파리의 넓은 평야 지대를 지나자

서서히 산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산이 있어야 경치라는 게 성립하나보다.

들만 계속 되면 지루해서 금방 졸리는데

산도 나오고, 폭포도 나오고, 만년설도 나오니 잠이 확 달아났다.

역시 스위스는 산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인터라켄 가까운 곳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봉고차에 나눠타서 인터라켄으로 가는데

우리를 태워주는 한국 기사님이 스위스에 사시면서 구수한 대구 사투리를 진하게 쓰셔서 무척 반가웠다.

 

스위스 관광의 핵심은 바로 유럽의 정상, 만녈설로 뒤덮인, 알프스 봉우리 3454m에 달하는 "융프라우요흐"를 가는 거다.

"처녀의 어깨"라는 뜻을 지닌 융프라우요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고, 이 곳에서 신라면도 팔고 있단다.

신라면을 준비해 왔는데 인솔자말이 라면 먹을 시간이 없을 거라고 해서 그냥 트렁크에 놔뒀다.

후배 딸은 여기서 고산증이 와서 입술이 파래졌다고 해서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얼른 초콜릿을 먹으라고 조언을 해 줘서 초콜릿을 가방에 잔뜩 챙겨 넣었다.

" 난 할 수 있다.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융프라우요흐 관광은 기차를 6번 갈아타야 한다.

정상까지 기차를 세 번 타고, 내려 올 때 다른 코스의 r기차를 또 세 번 타야한다.

역마다 차표 검사를 꼭 한다. 차표를 잃어버리면 절대 안 된다. 이것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기차 색깔도 다 다르다.

기차를 한 번 갈아탈 때마다 조금씩 풍광이 달라지면서 점점 녹색보다는 하얀 색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기차 유리에 성에가 끼기도 하였다. 온도가 급속도로 떨어지는 게 확실이 느껴졌다.

머리도 띵했다. 고산증이 오는 건가!

중간 중간 기차에서 내려 주위 경관을 구경하도록 되어 있다.

 

딸을 위해서 아버지가 이 높은 곳까지 터널을 뚫었다고 하니 부성애가 정말 대단하다.

덕분에 나같은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 높은 곳까지 오게 되고 말이다.

염려와는 달리 고산증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계속 띵하긴 했다.

일행 중 네 명은 고산증이 와서 휴게실에서 대기하였다.

얼음 궁전은 일 년 내내 영하 6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아 온도가 높아지면 이 열을 모아 난방을 한다고 하니 정말 발달한 기술을 느낄 수 있었다.

스핑크스 전망대를 가니 융프라우요흐 꼭대기가 보였다.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융프라우요흐에 올랐다.

정상에 가더라도 날씨가 자주 흐리기 때문에 융프라우요흐를 보기는 힘들다고 하는데

운이 좋아 볼 수 있었다.

스위스 국기가 꽃혀 있었다.

산 아래는 여름인데 이곳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채 바람이 쌩쌩 불고, 한겨울 날씨였다.

눈을 만져 보고 싶었지만 손이 너무 시려워 관두었다. 왜 인솔자가 장갑, 목도리를 가져오라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여기가 바로 유럽의 정상이구나!'

저 멀리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였다.

 

스위스가 아름다웠던 이유 중의 하나가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이 진초록이 아니라 연초록이여서 더 상큼했다.

우리나라 4월의 푸릇푸릇한 그 풀색이 어디서나 보여서 정말 싱그러웠다.

게다가 집집마다 발코니에 예쁜 꽃들을 가꾸고 있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해줬다.

꽃을 보면서 화낼 사람은 없을 테니 지나가는 이들이 꽃을 보면 화났던 마음도 수그러질 듯했다.

다른 나라보다 온도가 낮은 데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꽃을 가꾸는 게 스위스의 전통이 아닌가 싶었다.

고산 지대인데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옹기종기 피어 있는 것도 보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집에 돌아가면 예쁜 꽃들을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프스 전통 가옥인 "샬레"는 아기자기하면서 말 그대로 풍경화에 나온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무로 만든 전통 가옥, 발코니의 꽃, 연초록, 우뚝 솟은 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래 전 스위스는 높은 산악지대 때문에 쓸모 없는 땅으로 여겨졌었단다.

따지고 보면 알프스산도 7개 나라를 포함하고 있는데

유독 알프스 하면 스위스가 연상되는 것은 부단한 그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한다. (엄청난 홍보를 했다고 한다.)

각박한 땅 때문에 유럽에서는 거의 존재 가치가 없었던 그들이

지금 이렇게 어마어마한 관광 자원을 끌어 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스위스인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 높은 곳까지 기차를 연결할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

중립국 선언도 지금의 스위스를 있게 한 발판이 된 것이라고 한다.(유럽 연합이 아니기에 유일하게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온갖 세계 회의를 이 곳에서 하게 되니 당연히 어마어마한 수입원이 되는 것이다.

(노르웨이도 중립국이다는 것을 가이드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중립국 하면 스위스만 떠오르는데 말이다.)

정밀 산업(시계 등)의 발달은 스위스 국민을 부강하게 만들었고,

금융업은 세계의 검은 돈(?)을 끌어 들여 더욱 더 부강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스위스 용병들의 용맹과 충성심은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실례로 바티칸 교황 근위대는 오로지 스위스 군인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바티칸 가서 스위스 근위대를 볼 수 있었다.)

예전에 무시 받던 스위스는 조상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유럽에서도 손 꼽히는 부자 나라가 된 것이다.

 

다음은

고대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겨지는 이탈리아로!!!

 

<TIP>

스위스 날씨는 여름이라도 가을 날씨와 가깝기 때문에 긴 팔과 두꺼운 옷을 꼭 챙기기.

고산증 증세가 생기면 얼른 초콜릿을 먹기.

 

고대의 숨결을 느끼러 이탈리아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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