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는 날 내 친구는 그림책
미로코 마치코 글.그림, 유문조 옮김 / 한림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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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3-4살 무렵이었던 듯하다.

교회를 가려고 차를 타고 영동대교를 건너는데 한강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걸 본 딸은

" 엄마, 물 속에 보석이 있나봐" 하였다.

'세상에 그런 창의적인 표현을 하다니 우리 딸이 나중에 시인이 되려나 봐' 생각했다.

그 날, 딸이 말한 그 표현이 정말 아름다워서 육아일기에 옮겨 적었다.

유아기 때 아이가 하는 말은 모두 시이니 빠짐없이 기록해 놓는 게 좋다.

다 적어 놓지 못한 게 내내 아쉽다.

지나고 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아이는 자라면서 더 이상 그런 아름다운 언어를 쏟아내지 않는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모든 아이는 자연과 교감하고 대화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딸이 어릴 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딸만이 가진 재능이 아니라 아주 당연한 거였던 셈이다. 크하하

만 6세 이하의 아이들은 지극히 당연하게 자연과 대화하고, 교감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물하고도 대화를 나눈다.

되돌아보니 우리 수퍼남매도 그랬다.

꽃과 이야기 하고, 장난감과 이야기하고, 동물과 이야기하고....

놀이터에  있는 비둘기를 보고 어른은 그냥 지나치지만

"구구야 , 어디 가? 나랑 놀자" 라고 먼저 말을 거는 게 바로 아이다.

아이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

그런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과의 대화를 멈추게된다.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성장 단계라고 한다.

어른이 자연과 대화하고 있으면 시인이거나 광인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게 틀림 없다.

 

이 그림책을 읽노라면

아이의 순수한 그 마음, 자연과 교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해맑음 덕분에 미소 짓게 된다.

나의 그 시절과 내 아이의 그 시절을 되돌아 보게 한다.

늑대가 나는 날은 도대체 어떤 날일까? 정말 궁금했다.

" 오늘은 바람이 세다.

휘잉휘잉 세차게 분다.

하늘에서 늑대가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난 바람이 불면

' 응 또 태풍이 북상하네 보네!'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이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의 머리가 바람에 날려 하늘 위로 치솟은 부분이다.

" 바람에 날려서 머리카락이 치솟았다.

삐죽삐죽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그게 아니다.

머리에 고슴도치가 올라앉았다."

이 표현이 압권이었다.

 

그림책 속의 아이는 자연 현상과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이렇게 동물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이게 유아기 아이가 가지는 큰 재능이고,

작가는 아이의 마음으로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며 글을 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책은

이제는 건조하고 딱딱해진 마음이 되어버린 나 같은 어른마저 촉촉하고 보드랍게 만든다.

이런 게 그림책의 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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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1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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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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