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 하나뿐인 내 친구
헬게 토르분 글,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비발디"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을 주제로 하여 곡을 쓴 작곡가 비발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책에서는 주인공 타이라가 기르는 고양이 이름이다.

타이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 비발디의 이름을 고양이에게 붙여준다.

비발디의 사계가 자신의 슬픔, 아픔, 분노, 절망을 감소시켜주듯

고양이 비발디 또한 타이라에게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여 줬을 지도 모르겠다.

 

타이라는 학교 가기가 너무 싫다. 아니 두렵고 무섭다.

학교에서 타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무 말 하지 않는 타이라를 향해

무언의 폭력들을 쏟아 붓는다.

타이라의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타이라가 걸어 놓은 외투마저 더럽다는 듯 아이들은 타이라 옷만 휑하니 놔두고

자신들의 옷을 다른 자리로 옮길 정도이다.

딱 한 명, 말을 더듬거리는 페트라가 타이라에게 말을 걸라치면

어느새 다른 아이들이 눈치를 줘 또 다시 타이라는 혼자가 되고 만다.

페트라는 타이라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 또한 타이라처럼 왕따를 당할까 봐 겁이 나서 더 이상 용기 내지 못한다.

 

타이라가 좋아하는 음악 시간이다.

선생님이 타이라가 정말 잘 알고 있는 음악을 틀어 주신다.

선생님이 작곡가를 물어본다. 아무도 손을 들지 못 한다.

타이라는 자신 있게 손을 들지만

선생님은 타이라를 보지 못했는지 기회를 주지 않는다.

타이라는 절망한다.

"비발디"라고 용기 내어 말하고 싶었는데....

타이라의 절망이 책장을 통해 전해진다.

칠흑같이 어둔 밤, 유일한 불빛을 발견하고 거기로 달려가는데 그만 불빛이 사라져 버렸을 때의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다.

타이라의 이때 마음이 바로 그러하였으리라.

 

그 음악 시간, 선생님이 타이라에게 발표를 시켰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전에 선생님이 타이라의 왕따 사건을 알아챘다면.

아니 선생님이 진작에 타이라가 왜 교실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지 타이라와 대화를 나눴다면.

페트라가 더 용기 내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일찍 사정을 말하였더라면.

타이라 반의 누군가가 친구들이 타이라를 향해 하는 일들을 보고 " 안 돼, 멈춰!" 라고 소리질렀다면.

타이라의 부모님이 타이라의 아픔을 좀더 일찍 살펴봤더라면.

타이라가 용기 내어 자신이 당한 슬픔을 부모나 선생님께 말했더라면.

여러 가지 가정들을 해본다.

그랬다면 타이라가 한 학기 이상 짊어지고 있었던 커다란 응어리는 좀더 빨리 풀리지 않았을까!

 

얼마 전 라디오에서 어떤 작가가 한 말을 DJ가 읽어준 게 뇌리에 남았다.

" 자유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용기와 결단을 가지는 것이다"

페트라와 같은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때 끔찍한 폭력과 부조리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타이라반 아이들이 타이라를 그렇게 대한 이유는

페트라처럼 무서워서, 자신이 그 피해를 당할까 봐, 상관할 바 아니니까

폭력에 동조하거나 모른 척한 것일 게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불의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만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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