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시 도서실 수업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학 전 마지막 도서실 수업을 갔다.

한창 책을 읽고 있는데

굵은 비가 후두둑 쏟아졌다.

도서실에서 듣는 빗소리가 참 아름다웠다.

빗소리 들으면서 읽고 싶은 책 보고 있는 이 시간, 얼마나 행복한지!

아이들도 인조 잔디에 내리꽂는 빗줄기를 보러 창가에 몰려 들었다.

지금은 어쩌면 책 읽는 것보다 빗소리와 비오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더 좋을지 모르겠다 싶어

창가에 가서 구경하라고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읽어주면 딱인 책이 떠올라 아이들을 책자리에 모아 놓고 위 그림책을 읽어줬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하교 시간에 맞춰 엄마, 할머니들이 약속이나 한 듯 우산을 챙겨 들고 자녀를 마중 나온다.

하지만

소은이는 일 학년 때 딱 한 번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왔을 뿐.

우산을 가져올 사람이 없다.

엄마 손 잡고, 할머니 손 잡고 우산 쓰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소은이는 어느새 슬퍼진다.

 

청소 당번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현관 앞으로 걸어간다.

소은이처럼 가족이 우산을 가져오지 못한 같은 반 친구 셋이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딱지를 치거나 공기 놀이를 하고 있다.

' 나만 우산 갖다 줄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었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친구들을 보자 조금 마음이 풀리는 듯하다.

넷은 그렇게 비가 좀 잦아들길 기다렸다.

그때 선생님이 나타나셔서

" 라면 먹을래? " 라고 물어보신다.

비 오는 날, 숙직실에서 선생님이 손수 끓여 주신 라면을 먹은 아이들의 기분은 금세 밝아진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런 말씀도 해주신다.

" 먹구름 위에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단다." 라고 말이다.

우산이 없어서 먹구름 같았던 아이들 마음이 선생님의 라면 덕분에 화창해졌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 항상 먹구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학교 돌아가는 일 때문에 내 맘에도 잔뜩 먹구름이 끼었는데

이 문장 한 구절 덕분에 마음이 많이 밝아졌다.

아이들은 라면 먹고 싶다고 난리가 났다.

솔직히 나도 라면 생각이 간절했다.

라면은 비 올 때 먹어야 제맛이지.

의무 급식이 이뤄지고 나서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요리할 일이 없어져서

이런 소소한 재미도 사라지긴 하였다.

 

친구들은 가족이 우산을 가져와 정답게 쓰고 가는데

나 혼자 우산이 없어 비참한 기분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소은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슬프로 외롭고 우울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네 아이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알아채시고, 라면을 끓여주신 선생님의 그 마음이 참 곱다.

선생님의 그 마음 씀씀이에 한창 밝아진 아이들은

슬픈 기분을 훌훌 털어내고

오동 나무 커다란 잎을 우산 삼아 힘차게 빗 속을 걸어나간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좌절하지 말고 꿋꿋하게 이 상황을 잘 견디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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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5 1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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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6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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