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었다.

아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가서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하나 가져왔다.

내 검지 손가락만한 하얀 애벌레가 꿈틀꿈틀.

햇볕을 쐬면 성충이 안 된다고 하여 침대 밑에 넣어두고 우리는 잊고 지냈다.

그런데 그제 저녁,

아들이 애벌레가 있던 그릇에서 뭔가가 꼼지락 거린다고 말했다.

어둡게 하고 플래쉬를 비춰보니

기다란 다리들이 휘청휘청 거렸다.

우리가 잊고 지낸 사이 장수풍뎅이가 된 거였다.

나를 뺀 나머지 세 식구는 엄청 기뻐했다.

온이까지 신기한지 그 앞에서 한참을 바라봤다.

 

난 화단에 놔주자고 하였지만

세 식구들은 그걸 키우겠단다.

헐~ 고양이에다가 장수풍뎅이까지.

우리 집이 동물원이 되겠다.

난 곤충 종류는 싫은데....

현장학습 가서 받아온 애벌레가 성충이 될 확률이 희박하다고 하는데

성충이 되었으니 그 녀석 생명력 한번 끝내준다.

뿔이 있다고 하니 수컷인가 보다.

어제 톱밥을 사서 집을 꾸며줘야 하는데

치과 진료 갔다와서 힘이 다 빠져 아들 소원을 못 들어줬다.

오늘 톱밥 사서 집 꾸며주기로 약속했다.

 

난 온이가 장수풍뎅이를 잡아먹을까 봐 그게 걱정스럽다.

움직이는 것을 용케 알고 그 앞에 가서 얼마나 주시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데도 저 혼자 성충이 된 애벌레를 보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밤에 그 녀석 모습을 처음 봤다.

낮에는 톱밥 속에 들어가 잠만 자고,

밤에만 활동한다고 한다.

녀석 얼굴 보기 힘들 듯하다.

밤낮이 바뀌어서 말이다.

뿔이 멋지게 달려 있었다.

껍질에서 광채가 났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집을 만들어 주었다.

온이에게 친구가 생긴 날이다.

(친구일지 먹이가 될지는 두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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