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교과서 <가족>을 배우고 있다.

누구나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흥미 있어 하고 여러 가지 나눌 이야깃거리가 있는 단원이다.

적재적소에 그림책을 투여하면 더 효과적인 공부가 될 수 있다.

 

오늘, "집안일"을 공부하고나서

<돼지책>을 읽어줬다.

모름지기 집안일이란 한 사람 즉 엄마의 몫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조금씩 나눠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여자가 다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러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교과서 삽화도 자세히 보면 아빠가 요리하고, 아빠가 청소하느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부분 집안일을 엄마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 집안일을 누가 담당하는지 붙임딱지를 붙여보는 활동이 있는데

검사하면서 살펴보니 아직도 대부분 엄마가 하는 걸로 아이들이 표시해 놓았다.

우리 반도 맞벌이 가정이 많은데 말이다.

만약 북유럽 국가에서 이런 공부를 하였다면 엄아 아빠 붙임 딱지가 동시에 붙어 있었겠지.

설거지, 청소, 아이 돌보기, 알림장 확인하기, 책 읽어주기, 요리하기 등등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지만서도 여전히 그런 하찮은 (?) 집안일들은 엄마의 몫인가 보다.

나도 그렇지만 워킹맘들은 직장일에 집안일까지 정말 힘들다.

진짜 수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 돼지책의 엄마처럼 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남자들의 사고 방식은 집안일을 분담한다는 생각 보다

본인이 시간 날 때  살짝 옆에서 도와주는 것으로 (그것도 도와줄 때 엄청 생색내면서) 여기는 경향이 짙다.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 분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데.....

유럽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집안일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데 말이다.

 

그림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 씨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은 집에 오면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

반면 엄마는

세 사람이 아침을 먹고 나가면

설거지, 침대 정리 등 집안일을 혼자 다 처리하고나서 직장에 나간다. 전업주부가 아니었다.

겉표지에 보면 엄마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 아주 힘겹게 남편과 두 아들을 업고 있는데

남편 피곳 씨는 이까지 드러내며 웃고 있고

두 아들도 아주 행복한 표정이다. 불공평한 세상이지 않는가!

엄마가 가족의 노예도 아니고, 엄마는 죽어라 일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누리기만 하고 말이다.

엄마의 슬프고 힘든 표정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아이들도 피곳씨와 두 아들들이 너무 한다 싶었나 보다.

약간 분노를 드러낸다.

너희들 가족은 어떠니? 아빠가 요리도 하고, 설거지, 청소 등을 자주 하시니?

이렇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까 붙임 딱지가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아주 가끔은 아빠가 집안일을 많이 분담하고 있는 가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가령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요리를 자주 하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하는 등 말이다.

지난 학교 부장님께서는 부부교사이셨는데 사부님이 50대 후반이신데도 그렇게 집안일을 잘하신다고 하셨다.

아침밥을 다 채려 놓고 본인을 깨우신다고 하셨다. 애궁 부러워라!!!

30대 40대 남편들도 안하는 집안일을 50대이신 사부님이 하신다는 소릴 듣고 후배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다른 것 제쳐 놓고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하는 가정의 자녀가 정서행동적으로 안정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만큼 양육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이 지대하는 의미인데

우리 나라 아빠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니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당연히 적을 수밖에.

 

보육 기관이나 학교 돌봄 시간을 확대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아빠를 일찍 퇴근시키고,

엄마가 편안한 마음으로 양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해야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가정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아이를 장시간 돌보는 것이 정서안정에 도움이 될까?

 

유대인 가정은 아빠가 저녁을 직접 준비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유대인들의 특별한 교육방식 " 하브루타"를 배우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하브루타를 배우기 이전에 온 가족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대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게 가장 필요하지 않나 싶다.

부모는 부모대로 직장 때문에 늦게 퇴근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원 다니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하브루타가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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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준맘 2014-06-02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책"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요...ㅎㅎ
처음 읽을땐 돼지책속 엄마가 꼭 저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아이들의 아빠가 많이 도와주는데도 말이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려면
얼마나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까요..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수퍼남매맘 2014-06-02 20:05   좋아요 0 | URL
통계에 의하면 <돼지책>이 우리나라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나와 있어요.
아마 동병상련을 느낀 탓이 아닐까 싶어요.
북유럽 국가들처럼 엄마아빠가 동등하게 집안일을 함께할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