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전성은 선생님이 쓴 책을 읽고 있다.
교사 독서 동아리에서 읽었으면 좋겠다고 선배님께서 추천을 하셔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거창고등학교라 하면 우리 나라 대안 학교 중에서도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다.
어제 잠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직업 선택 십계 가 눈에 띄었다. 이게 거창고등학교의 다는 아니겠지만서도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이 학교를 세웠는지 십분 이해가 된다.
직업 선택 십계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선택하라.
7.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만 담겨져 있다.
수퍼남매에게 이 십계에 적혀진 대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책을 읽어보니 거창고등학교로 나온 졸업생들 대부분도 이 십계에 담겨진 내용대로 살지는 못했나 보다.
십계를 지켰다면 전성은 교장의 부친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로 돌아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었나 보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출세의 길을 걸어갔던가 보다.)
그래서일까!
전 교장의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 내 교육은 실패했다"라고 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왜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다.
아버지가 말한 내 교육은 실패했다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지금 1/3 정도 읽었는데 우리 동아리 샘들과 함께읽고 나누려고 한다.
어제 아이들 동아리 시간에 읽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옮겨 적어 봤다.
교생들이 들락날락 하여도 최대한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는데
내 앞에 앉은 아이가 계속 말을 시켜서 음~~
이 아이는 작년부터 오는 아이인데 책에 집중 못하게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온다.
책은 다소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힌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 첫째는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하구나 이다.
보고 자란 대로 된다 이런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 아버지, 전성은 교장 3대에 이어지는
인, 사랑, 자비의 실천은 자녀에게 어떤 부모로 비춰져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학문은 원래 그 시대, 그 곳에서 한치 의심의 여지가 없이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은 진리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천명- 하늘의 뜻을 이 땅 위에 펼칠 때, 펼친 만큼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해진다.
톨스토이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중에서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란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 것만큼 중요하고 큰 깨달음은 없다.
진리는 언제나 단두대 위에 불의는 항상 왕좌에
단두대가 미래를 지배하는 듯이 보이나
진리의 뒤에는 보이지 않게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시느니라
- 제임스 러셀 로웰-
대한민국에서 불우 이웃 돕기에 성금을 내면 TV에 그 이름과 액수가 방영된다.
그러나 불우 이웃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하면 좌익 용공주의자라고 한다.
-유보성 거창고 목사-
맨 마지막 거창고 목사가 한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전 교장은 천명을 이루는 길 그것이 교육이라고 말하고
교육은 곧 거절이라고 한다.
불의와 부정에 맞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정계층만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천명을 이루는 것이란다.
공자 말씀에 남의 빚을 탕감하는 자리에 이르는 게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인은 예수님이 말하는 사랑이고,
부처님이 말하는 자비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천명을 이루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남과 무한경쟁하여 나 혼자 살아 남아 잘 먹고 잘 살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는가!
전성은 교장 집안은 대대로 기독교 집안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그 시대가 필요한 일 즉 정의를 실현한 이 가족이 참 멋지고, 존경스럽다.
기독교인이자 교육자였던 전성은 교장의 책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