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
제라르 도텔 지음, 곽노경 옮김, 루이즈 외젤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세월호 침몰로 인한 충격 때문에 책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아마 우리 나라 국민 대다수가의 멘붕 상태가 오래 지속될 듯하다.

출판 시장도 얼어붙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이 주검이 되었는데.....

하지만

잔인하게도 살아 있는 사람은 어찌어찌 살아간다.

주검으로 변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살아 있으니까 또 하루를 살아낸다.

 

이 책을 보니 또 한 번 분노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연두빛 같이 싱그런 아이들을 우린 정말 허망하게 보냈구나 싶은 생각에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아까운 목숨들을 정말 죽음으로 내몰았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가슴이 미어진다.

책임져야 할 이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를 살펴보니

제 3조 어린이를 제일 먼저

정부나 사회복지기관, 법원 등 우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기관은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이익이 되는지 그 점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제 6조 생존과 발달

우리는 타고난 생명을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권리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안타깝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떠들어대던 나라에서

기본적인 아이들의 권리조차 지켜주지 못했다니...

책에 나온 나라들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병에 걸려도 약이 없어서, 연필 대신 총을 잡아서 죽어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객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그대로 있으라"는 말에 순종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책은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며

왜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지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아가 "나"의 권리를 보호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는 역시 소년병 이야기였다.

연필 대신 총을 들고, 학교 대신 전쟁터에 나가야만 하는 소년병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저럿저릿하다.

강제로 징집되기도 하지만 배가 고파 자원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전쟁터에 나가 죽고 죽이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해 마약의 힘을 의지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우리 나라 아이들은 어떤가!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책에 나온 아이들과 양상이 다를 뿐이지 우리나라 아이들도

아주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과 무한 경쟁, 최고가 되라는 어른들의 잔소리에

매일 되풀이되는 학원 투어에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살고 있다.

엊그제 작가와의 만남을 학교에서 가졌는데

어떤 3학년 아이가 3시에 끝내주면 좋겠다고 말을 하였다.

이유인즉 2시 50분부터 방과후 영어가 시작되는데 50분에 끝나면 방과후 영어를 가야하기 때문이란다.

비슷한 예로

현장 학습 인솔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제발 학원 시간 지나서 학교에 도착하라"고 주문을 외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수련활동 및 수학 여행에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많은데 왜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하길 원했던가 하는 질문에

단 며칠이라도 학교와 학원 공부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다.

즉 수련활동과 수학 여행 등은 아이들의 해방구였던 셈이다.

그 이야기 듣고 참 가슴이 아팠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의식주 걱정에서는 해방되었지만서도

친구들과 놀 시간도

자연을 바라볼 시간도

책 읽을 시간도 빼앗긴 채 학교, 집,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생활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아이들도 권리를 보장받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른인 내가 아이였을 때를 잊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이였을 때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했던지 기억해 보자.

친구들과 마냥 뛰어놀 때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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