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라임 어린이 문학 1
강정연 지음, 오정택 그림 / 라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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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을 쓴 강정연 작가의 책이다.

강정연 작가는 우리 가족과 인연이 깊다.

딸이 쓴 건방진 도도군 독후감이 비룡소 대상을 탔기 때문이다.

<건방진 도도군>을 정말 재밌고 의미 있게 읽은 터라, 강정연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무지 궁금하였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친친 할아버지가 뭘까?

친친 할아버지는 주인공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부르는 애칭이다.

" 친한 친구 같은 사랑하는 나의 할아버지" 라는 뜻이다.

장군이는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따르고 좋아하며 부자기간 보다 더 돈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군이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나서 장군이 아빠는  혼자 양육할 힘이 없어

장군이를 속초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몇 년 동안 할아버지가 장군이를 키웠기 때문에 손자지간이 그 어느 집보다 돈독할 수밖에 없다.

장군이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많은 추억이 있다.

아마 아빠와 함께한 추억보다 수십 배, 수 백 배 많을 것이다.

장군이에게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존재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였던 장군이는 이제 어엿한 5학년이지만

장군이의 학교 생활은 지옥 같다.

이름처럼 씩씩하지도 않고, 뚱보에다 울보여서 아이들은 그런 장군이를 "뚱볼보"라고 놀린다.

그 중에서도 장군이보다 키 작은 창식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장군이를 못살게 군다.

하지만 장군이는 그런 창식이를 향해 반격은 커녕 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선생님이 가장 쉬운 여름 방학 숙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숙제를 해오라고 하였지만

장군이는 그 숙제조차도 힘들고, 어렵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못난이처럼 살고 있는 장군이에게 아빠는 어느 날, 구세주 같은 할아버지를 모셔 온다.

아빠는 둘만 남겨 놓고 또 떠난다.

할아버지만 계시면 여름 방학 숙제는 잘할 수 있을 법하다.

다시 장군이와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

바로 알츠 하이머를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할아버지가 장군이를 돌봤다면

이번에는 반대다.

즉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

국어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신 할아버지는 알츠 하이머 라는 병에 걸려

한글을 깡그리 잊어버리셨단다. 헉~ 세상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나보다.

"위대한 개츠비"를 즐겨 읽으셨던 할아버지는 이제 장군이가 쓴 편지도, 간판 글자도 읽지 못한다.

 

한글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자신보다 작은 덩치를 가진 아이와도 대면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은 손자 장군이가

함께살며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 치유 받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표면상으로 볼 때는 장군이가 어린 보호자가 되어 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처럼 보인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면 장군이 또한 할아버지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장군이 또한 "뚱볼보"로부터 점차 탈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군이는 할아버지를 통해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한글을 잊어버린 할아버지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일상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해 나간다.

 

통계상 노인 10명 중 한 명은 치매 환자라고 한다.

장군이 할아버지처럼 일상 생활은 전혀 지장이 없는데 한글만 깡그리 잊어버리는 치매도 있고-진짜 놀라웠다.-

이밖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치매 초기인 아버지가 우리 집에 계셔서

더 묵중하게 와닿았다.

나는, 우리 수퍼남매는 장군이처럼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극진히 모실 수 있을까!

한글을 잊어버린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장군이를 보면서 반성하였다.

어른이라도 하지 못할 일을 12살 장군이는 싫은 내색 없이 할아버지를 위해 그 일들을 해낸다.

그것만으로도 장군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 보니 치매 환자 돌보는 게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장군이는 아빠도 못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 아이인가!

 

혹시 주변에 치매 환자를 가진 가족이나

장군이처럼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있으면 강력하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정연 작가 또한 기대감을 무너뜨리지 않는 멋진 작가이다.

 

창식이를 두려워하는 손자 장군이를 격려하며 해 준 할아버지의 말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다.

" 딱 한 번만, 더도 말고  딱 한 번만 부딪쳐 보거라. 처음 친구 집에 놀러간 것처럼,

처음 도서관에 들어간 것처럼, 첫 번째 벽만 깨면 그다음은 믿을 수 없이 쉽게 무너진단다.

하지만 그 한 번이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무것도."

 

 참 멋진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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