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는 처음에 길을 들여야 잘 나간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몇 번 타줘야 한다고 한다.

금요일 저녁, 아버지가 큰언니 집에 가셔서 모처럼 우리 가족은 새 차를 길들이기 위해 고속도로로 나왔다.

목적지는 파주 프로방스 마을이었다.

처음에는 좀 뻑뻑한 듯하더니 자꾸 밟아주니 금방 부드러워졌다.

다홍이 때는 80를 넘어본 적이 거의 없다.

티티 (새 차 이름이다.)는 100km를 밟는데도 60정도인 듯 아주 안정감이 느껴졌다.

엔진 소리도 거의 안 나고, 차의 흔들림도 거의 없고. 아이들은 뒷자리가 진짜 넓고 편하다며 신이 났다.

새 차가 좋긴 좋다.

나도 운전하기가 훨씬 편안하다. 다만 차가 커져서 주차는 완전 초보처럼 하고 있다.

공간 감각이 다홍이에 맞춰져 있어서 얼마 동안은 버벅댈 듯하다.

 

파주로 가는 외곽순환도로가 차도 별로 없고 밟기 좋아서 그 길을 선택했다.

속도가 빨라서 카메라에 찍힐까 봐 걱정해 본 적이 없는데

어제는 계속 속도 감시 카메라에 찍혔나를 걱정하였다.

내 느낌상 80정도인 듯한데 남편이 자꾸 100넘었다고 경고등이 켜진다고 하여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이래서 큰 차 타는 사람들이 속도 나는 줄 모르고 마구 밟는구나 싶었다.

 

목적지는 프로방스 마을이었으나 운전자 마음대로 파주 출판단지로 바꿨다 다시 아울렛으로 바꿨다.

점심도 먹을 겸 쇼핑도 할 겸 해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갔다.

주차장이 넓직해서 좋았다

"소렌토"가 있어서 파스타와 피자를 시켜서 먹었다.

인테리어도 훌륭하고, 맛도 좋았다.

남편과 아들은 벤치에서 자기 할 일 하라고 하고, 딸과 난 쇼핑을 나섰다. 두 시간 후에 만나기로 하고 말이다.

 

피아노 선생님 선물을 샀다.

엊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는데 애들이 미처 선물 준비를 하지 못해 "포트메리온" 가서 예쁜 머그컵 2개를 샀다.

피아노 선생님은 이번 어린이날에도 수퍼남매에게 얼마나 감동적인 선물을 해 주셨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지.

딸은 우리 것도 사자며 졸라댔지만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밥공기, 국그릇을 많이 깨먹어서 코렐 그릇을 좀 샀다.

딸이 자신이 사고 싶었던 브랜드가 있다면서 갈 생각을 안해 구경을 했다.

나름 개성이 있어서 딸 티셔츠와 모자를 사주고, 거기서 남편과 아들 티셔츠까지 사서 레고 매장으로 갔다.

모녀가 쇼핑하는 동안 부자는 레고 매장에 있었다.

아들은 거기서 레고 무비를 하나 골랐고, 남편은 인터넷이 싸다며 인터넷으로 사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던가 보다.

아들은 요즘 레고 무비를 모으기 시작하였는데 지루한 쇼핑 시간을 참아줬으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사줬다.

레고 무비를 거머쥔 아들은 따라오길 잘했다며 신이 났다.

 

남편이 여기까지 왔으니 프로방스 말고 임진작을 가보자고 하여 그쪽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우리 가족은 처음 정한 목적지를 가 본적이 없다. 매번 중간에서 목적지가 변경된다. ㅎㅎㅎ

임진각 가는 길도 차 길들이기에 좋았다.

예전에 6학년 아이들 데리고 와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평화 랜드 라는 이름으로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가족, 연인들이 많았다.

전망대에 올라가 북한땅을 바라봤으나 아스라히 산만 보이고,우리 쪽 DMZ만 보였다.

아버지도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고향인데.

알츠 하이머 환자에겐 여행이 좋지 않다고 하니 오실 수 있을까 싶다.

총구멍이 숭숭 난 철마도 보고, 연못도 구경하고, 찔레꽃도 봤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나왔던 그 찔레꽃 말이다. 진짜 덤불이었다.

아이들이 이제 사진 찍는데 협조를 안 해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딸의 레이다에 놀이 동산이 잡혀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도 수퍼남매와 바이킹을 탔다.

아들과 난 타기 싫었는데 누나 때문에 억지로 탔다.

셋째 줄에 앉았는데도 꽤 높이까지 올라가서 가슴이 철렁철렁하였다.

옆에 앉은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타니 무섭지만 짜릿하였다.

딸은 이 다음에 크면 번지 점프도 할 아이다. 아빠 닮아 겁이 없다.

다음 코스는 연 날리기였다.

임진각에 도착했을 때부터 연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전선줄도 없겠다 바람도 적당히 불겠다 이런 데서 연 날리기 한 번 해봐야지 싶어 아이들에게 연을 사줬다.

남편이 조금 도와주자 둘 다 연이 높이 높이 날았다.

실 끝에서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낀 아이들은

"와 진짜 팽팽해!!" 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몇 번 연 날리기를 시도해봤으나 번번히 실패했는데

임진작은 장소도 넓고 무엇보다 바람이 잘 불어서 정말 높이 날았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었을 듯하다.

어른들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아이들은 뭔가 체험을 해야 오래 기억에 남는 듯하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이 잊어버리기 전에 집에 가서 얼른 일기를 써야겠다고 하는 걸 보니

티티 길들이기 나들이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 하나를 선사한 듯하다.

딸이 고딩 되면 아무래도 여행 가기 힘들어질 테니

지금 열심히 가족 여행 다니도록 해야겠다.

다홍이는 헤드라이트가 어두워서 야간운전하는 것을 매우 무서워하였는데

티티는 헤드라이트가 아주 밝아서 야간 운전하기도 엄청 편했다.

피곤하고 힘들다며-진짜 피곤해서 하루 종일 잠 자고 싶었다.- 집에 콕 박혀 있었으면 이런 추억이 남겨지지 않았을 텐데

가족과 함께 콧바람 쐬고 오니 나도 힐링을 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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