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중칠우쟁론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으로 엮은 <아씨방 일곱 동무>를 읽어줬다.

예전에도 이 책을 몇 번 읽었는데

오늘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찬찬히 보니

새로운 점을 발견하였다.

이래서 같은 책을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앞표지와 뒷표지를 살펴보니

앞표지는 방문을 빼꼼히 열고 뭔가를 골똘히 바라보는 일곱 동무들 앞모습을 마당 쪽에서 바라본 장면이다.

반대로

뒷표지는 일곱 동무들이 뭔가를 바라보기 위해서 고개를 쏘옥 내밀고 가구에 올라간 뒷모습을 방에서 바라본 장면이다.

두 장면이 이렇게 앞모습과 뒷모습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발견한 것이다.

이런 구도는 내가 지금까지 본 그림책 중에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일곱 동무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연결지어 표지를 만들다니!

참 독창적이다.

 

옛날이야기인데다 바느질에 사용되는 바느질 용구들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읽어주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서로 잘 났다고 싸우는 일곱 동무나

자신의 잠을 깨운 일곱 동무에게 성 난 목소리로

" 너희들이 아무리 잘난 척해봤자 내 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하는 아씨나 잘난 척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오십보백보다.

서로 잘났다고 우기고 자신이 최고라고 외치던 일곱 동무와 아씨가

서로 화해하고 모두 다 필요한 존재들임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매력적이다.

전에는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는데 지금은 빠진 걸로 알고 있다.

 

다 읽어주고나서 아이들에게 모둠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역할극으로 표현해 보라고 미션을 주었다.

지금까지 책 읽고나서 역할극을 해 본 적이 없는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두 모둠이 멋지게 미션을 성공하여 다른 모둠들도 힌트를 얻어서 재도전을 했는데

나름대로 역할극으로 잘 표현하였다.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1인2역을 하거나 적당히 역할을 자르거나 하라고 조언을 해 줬더니

잘 알아듣고 배역을 배치하였다. 기특하다.

 

아이들이 꼽은 명장면은

낮잠 자는 아씨가 바느질 용구가 모두 사라진 꿈을 꾸면서 흐느껴 울자

일곱 동무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아씨를 깨우는 장면이었다.

2-3모둠이 이 장면을 역할극으로 표현하였다.

두 쪽 가득 길게 누운 빨강 두건 아씨의 모습과 요정 같은 일곱 동무가 아씨 몸 곳곳에 붙어

아씨를 깨우려고 별 짓을 다하는 게 인상적이었나 보다.

 

내가 제일 잘 났다고 독불장군처럼 굴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지배하는 사회는 이제 안녕을 고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경쟁하기 보다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들이 서로 협력하여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갔음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이야말로 쓸모 없는 존재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내가 소중한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게 해 준다.

더불어

그 소중한 하나하나가 모여 협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보니 정말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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