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린이날은 여느 해만큼 왁자지껄 보낼 수가 없었다.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는데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아이들만, 우리 가족만 즐겁게 지낸다는 게 정말 미안했다.

파주 어린이책잔치도 모두 취소되었기에 이번 어린이날은 조용히 집에서 보냈다.

 

주인공 노마가 살았던 시대는 해방 이후 격변의 시대이다.

815해방은 맞이하였지만

자력에 의해 얻은 해방이 아니었기에

그 때 우리 민족은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었다.

그 혼란의 시절에 일제 시대 반민족 행위를 하였던

이른바 친일파를 처단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반민특위를 다루고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 김남중 작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비록 반민특위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이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이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친일파를 용서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프랑스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친독 행위를 한 자들을 처단하는 게 옳은지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스스로 묻고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보는 내내 세월호 소식에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노마가 살았던 1948년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라는 생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IT강국일지는 몰라도 재난 구조에서는 거의 후진국 수준이었고

하나하나 밝혀지는 사실은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과연 맞나 하는 질문을 던지게끔 하였다.

어쩜 이렇게 밑바닥까지 썩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숨만 푹푹 나왔다.

과연 지금 이 사회에 정의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이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우리나라는 이럴까!

 

난 그 이유가 바로 친일파를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48년,그 때 반민특위가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시점에서 또 한 번 역습을 당하면서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와는 멀어졌다.

그 후 살아남은 친일파들이 나라 곳곳의 요직을 차지하고, 현재까지 떵떵거리고 대대손손 잘 사는 것을 보면서

우리 나라 국민들 마음 속에는 어쩌면 패배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독립 운동가의 자손들은 우리 나라에 들어와 살지도 못하는데

친일파 후손들은 대대손손 잘 사는 것을 뉴스를 통해 듣고 보지 않았던가!

이러니

정의롭고, 가치 있게 사는 삶보다

비굴하고, 비열하게 사는 것이 성공하는 길임을 친일파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근대화 되면서부터는

무전유죄, 유전무죄까지 합세하고....

그러니 우리 나라 사람들 마음 속에 정의가 비집고 들어올 리가 없다.

그 썩은 사회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과연 새 나라를 세울 수 있을까!

 

역사에서 " 만약 이랬더라면"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반민특위가 성공했더라면

그래서 우리도 프랑스처럼 친독파를 모두 처단하였다면

지금보다 좀더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월호도 기억해야겠고, 반민특위도 기억해야겠다.

그래야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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