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도봉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의 원화를 보게 되었다.
앙증맞게 생긴 토끼 다섯 마리와 우락부락 생긴 팥이 영감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수퍼남매도 원화를 보자마자
"우와! 토끼들 진짜 귀엽다" 라고 말했다.
이 책을 꼭 사야겠다 싶었는데 학교 도서실에서 발견하고 일단 빌려와서 읽었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팥이 영감 이야기를 원형은 그대로 살리고 약간 변형시킨 것이었다.
원화에서 봤던 개구쟁이 산토끼들을 다시 보니 으~~ 정말 정말 귀여웠다.
이 원화를 꼭 빌리고야 말겠다.
도봉도서관 사서는 정말 발이 빠른 듯하다.
매번 갈 때마다 원화가 바뀌어 있으니 말이다.
어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더니
아이들이 까르르까르르 난리가 났다.
특히 팥이 영감이 산토끼를 잡으려고 꾀를 부려
죽은 척 하는 대목에서 박장대소하였다.
눈에는 곶감을 넣고
코에는 대추를 넣고
귀에는 밤을 넣고
얼굴에 숯칠을 하여 죽은 것처럼 누워 있는 팥이 영감의 모습은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우스웠다.
게다가 그런 팥이 영감의 모습을 보고 산토끼들이 하는 말은 더 웃기다.
" 눈이 터져 죽었나? 코피가 나서 죽었나? 귀가 막혀 죽었나? 불에 타서 죽었나?"
여기서 아이들이 빵 터졌다.
자신들을 호심탐탐 노리던 팥이 영감이 죽었는데
토끼들은 영감의 꽃무덤을 만들어 준다. 그 장면도 참 이쁘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면서
청중인 아이들이 그렇게 까르르까르르 웃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형에는 산토끼들이 영감이 무를 가지러 밭에 간 사이
영감의 아기를 가마솥에 넣는 대목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빠져 있다.
토끼가 팥을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토끼를 칡넝쿨로 꽁꽁 묶어 가마솥에 푹푹 삶을까?
동물도 좀 먹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을 끝까지 읽었는데
권정생 작가라면 절대 팥이 영감처럼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배고픈 생쥐에게도 자신의 먹거리를 나누어 준 분이기 때문에
산토끼들이 팥을 실컷 먹도록 놔두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권정생 작가야말로 예수처럼 살다가셨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분이셨다.
산토끼들이 팥이 영감을 한바탕 골려주는 모습에서
토끼처럼 힘 없고 연약한 백성들이
팥이 영감 같은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는 모습이 겹쳐졌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강자에 대한 약자의 복수극이 통쾌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