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도서실이 다시 대출을 시작하였다.
누구도 손 댄 흔적이 없는 책을 가장 먼저 접하는 그 마음이 참 설레인다.
아이들은 2교시 쉬는 시간에 도서실 가서 대출을 해 오라고 하고
난 아이들이 다 간 후 도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책이 있을까 요모조모 살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보고 싶던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와서 골라서 교실로 와서 읽기 시작하였다.
옥이와 다희의 옥신각신 이야기가 참 재미나다.
나 또한 책보 세대가 아니라서
책보에 얽힌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김동성 작가는 역시 그림을 잘 그린다.
특히 두 쪽 가득 펼쳐지는 초록 잎이 무성한 나무 표현은 감탄사가 연거푸 난다.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마저 싱그러워진다.
국시 꼬랭이 마지막 시리즈는 바로
국시 꼬랭이이다.
국시는 국수의 사투리다.
국시 꼬랭이는 국수를 썰고나서 남은 자투리 조각을 뜻하는데
이것을 불에 구우면 맛있는 간식이 되었나 보다.
가난한 시절, 먹을 게 별로 없던 그 시절,
아이들은 이 국시 꼬랭이를 차지하기 위해 형과 동생이 투닥투닥한다.
<책보>나 <국시 꼬랭이>나 넉넉한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 잘 담겨져 있어서
읽고나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국시 꼬랭이>도 모두 소장하고 싶은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다음은 내가 진짜진짜 좋아하는 이세 히데코의 그림책이다.
이 작가의 책도 모두 소장하고픈 책 중의 하나이다.
일단 빌려서 읽고 하나하나 모으려고 한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이란 책을 통해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어쩜 이리 투명 수채화의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볼 때마다 놀랍다.
내용도 철학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첼로, 바흐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완전 반했다.
이 책은 당연 구매 1순위이다.
다음은 내가 구매한 책들이다.
반 아이들에게 상표 50개를 모으면 선물을 준다고 하였는데 그 선물이 바로 책이다.
현재 49개까지 모은 아이가 있어서- 급식을 잘 먹어서 많이 모았다.-
내일 쯤이면 선물 1호가 나갈 듯하다.
아이에게 일단 선물로 주고, 가장 먼저 이 책을 읽게 한 다음
친구들을 위해 기증을 받으려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마음이 고와서 잘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나 혼자 이 책을 소유하는 것보다
함께 보는 기쁨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이 집에 있으면 나와 우리 가족만 보는 것이지만
교실에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모두 볼 수 있기에 더 가치로운 일이다.
권정생 할아버지처럼 10억을 기부할 순 없지만
내가 선물로 받은 책 한 권 기증하는 예쁜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가졌으면 한다.
책 읽는 사람은 모름지기 저만 혼자 좋은 책을 읽을 게 아니라 나누는 기쁨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위 책보다 이 책이 더 뭉클하였다.
번역자를 보니 이름이 달라서 번역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일단 이야기 자체가 이 책이 더 서사가 있고, 치밀하다.
이 책에 장애를 가진 아기 공룡이 나와서 미리 알았더라면
장애우의 날에 읽어줘도 좋을 뻔 했다.
아깝다! 장애우의 날이 지나버려서.
눈이 안 보이는 아기 공룡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가슴이 시렸다.
우리 아이들 중에도 혹시 이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아저씨가 티라노사우루스여도 여전히 나를 닮은 아저씨를 좋아한다"
는 아기 공룡의 고백은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만들었다.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는 우리 교실에 있는 책 중에서 대출1위이다.
선물 1, 2호가 나가면 아이들이 돌려볼 수 있겠다.
좋은 책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