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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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이란 작가의 작품을 두 번 접하고나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녀의 전작들도 찾아 읽고 싶다.

예전에 읽었던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사토장이의 딸>을 읽으면서 느꼈던 흥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

이야기가 무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어 한숨에 내달렸다.

 

다 읽고나서는 왠지 이 작품 또한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인물이 나오고, 사건 전개가 매우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던져 주는 메시지가 강인하여서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이 작품을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박동해란 인물은 너무 섬짓하여서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어떤 모습이 담길까 궁금하다.

 

28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시작된 인구 29만 도시 화양에서 벌어지는 28일 간의 사투를 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사건 두 개가 바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2011년 가축 살처분이었다.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도 이 두 개를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2011년 돼지들의 살처분"동영상을 보고서 이 소설을 계획했다고 한다.

좋은 작가란 사회 현상을 모른 척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글로써 독자들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유정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의식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인수공통전염병이 발병한 화양을 고도로 버린 채

특수부대를 배치하거나 거기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향해 마지막 발포하는 장면 등은

광주가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빨간 눈"이 된 후 며칠 후에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전염병인 이 정체모를 질병에 걸린 개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큰 구덩이에 산 채로 매장하는 장면은 2011년에 있었던 살처분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인간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개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개가 화자가 되어 말하는 부분은 이 책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커다란 축이 되고 있는 링고의 이야기는 얼마나 인간이 인간의 입장에서만

다른 대상들을 파악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또 하나

박동해라는 인간 괴물은 유아기 때의 상처가 얼마나 인간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그러고보니 동해, 링고 모두 버려진 상처를 가진 자들이었다.

동해는 분풀이 대상을 개로 설정한 것이고,

링고는 분풀이 대상을 인간으로 설정한 것이 다를  뿐이다.

 

마지막 김윤주라는 인물을 통해

언론인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김윤주의 추측성 기사 한 줄 때문에

화양에 있던 개들이 모두 몰살당하고

수의사 서재형이 하루아침에 개장사로 몰락하는 것들을 통해

언론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하는 죽음의 도시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었다.

높은 사람들은 죽음의 도시를 버리고, 오히려 그 안에 있는 수맣은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둔 후에,

마지막 평화적으로 거리 행진을 하는 그들을 향해 총을 쐈지만

그 죽음 속에서도 이웃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죽음이 번져가는 속에서도 희망은 움트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해주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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