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목을 안 써야 하는데
수업을 해야 하니 안 쓸 수도 없고,
계속 해서 말을 하니 목소리가 걸걸하다.
아이들에게 당분간 책을 못 읽어주는 대신에
내가 가장 아끼는, 함부로 빌려주지 않는(읽어주려고 꼭꼭 숨겨 놓은) 비밀 책들을 빌려줬다.
어떤 아이가
" 선생님, 목이 왜 그렇게 안 나아요?" 묻는다.
'그러게, 말을 안 해야 빨리 낫는데.. 말을 안 할 수가 없으니 진짜 한 달 이상 가게 생겼다.'
앞으로도 계속 말을 많이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인데 걱정이다.
먼저 국어시간에 나온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생각하는 ㄱㄴㄷ>은 도서실에서 찾아오라는 미션을 주었다.
황@@와 전@@ 어린이 두 명만 찾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이 보통 두 권 있기 때문에
도서실을 자주 가고, 관찰력이 좋아야 빨리 찾을 수 있다.
국어 교과서에 이보나 씨의 이 책이 삽화로 아주 조금 나온다.
아이들에게 이보나 씨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해 주고,
내가 가진 다른 책들을 빌려주었다.
특별히 내가 아끼는 책들이니
조심스레 보라고 당부했다.
이 책을 먼저 찜하려고
알림장을 번개처럼 쓴 아이들이 있다.
또 다른 책을 풀었다.
바로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 5권이다. 이것도 읽어주려고 숨겨 놓은 책들이다.
이 책이 나오자 아이들이 아주 눈이 반짝거린다. 자기 집에도 있다면서 아는 척하는 아이들도 있다.
영화로 봤다는 아이도 있었다.
이 책을 찜하기 위해 알림장을 후다닥 쓰고, 칠판 앞에 나와 이 책을 가져 가는 아이들.
우리 교실에는 세 종류의 책이 있다.
1. 원래부터 이 교실에 있던 도서들(다른 교실보다 꽤 많다.)
2. 내가 아이들에게 빌려주는 내 책들.
3.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한쪽에 숨겨 놓은 비밀책들.
어제 도서 정리를 하다보니 1과 2책이 뒤섞여 있었다.
도서실과는 달리 아이들이 어떤 책꽃이에서 가져왔는지 헷갈려서 아무데나 꽂아 놓은 결과이다.
내 책이 분실될 우려가 있어 급한 대로 배드민턴 끝내고 교실로 온 아들과 함께 1번 책들에 노란 시트지를 다 붙였다.
제대로 하려면 여러 가지 색깔로 시트지를 붙여야 하는데
아쉬운 대로 교실 책과 내 책만 구별했다.
내 책들도 장르별로 다른 색깔 시트지를 붙여야 하는데 게을러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아들이 안 도와줬으면 오늘까지 그 일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도와준 댓가로 아들에게 과자 2개를 사줬다.
아들 덕분에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렇게 분류 작업을 하고,
오늘 아이들에게 다시 설명을 해 주었다.
노란 띠 두른 책들은 원래 이 교실에 있던 책들이니 선생님책이랑 헷갈리면 안 된다고.
교실에 500여 권 이상의 책이 있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내가 한번이라도 소개하거나 읽어준 책들을 선호한다.
목이 아파서 당분간은 책을 못 읽어주니 책 소개를 자주 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