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가 있다.
아직 학교 규칙을 모르는 철부지이다.
오늘 이 아이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책을 읽어줬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 아이는 양심이 많이 찔렸을 것이다.
어떤 책 읽어줄까 선택하라고 하여 아이들이 선택한 책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아내는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을 하건만
남편은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이다.
여름이 되어 큰 가뭄이 들자 마을 사람 모두 논밭에 물을 퍼나르는데도
게으름뱅이는 아랑곳 안 하고 방에서 놀고만 있다.
그런 남편에게 아내가 참다 못해 잔소리를 해대자
남편은 그 길로 베 두 필을 챙겨 집을 나간다. 뭐 잘한 게 있다고 가출이야?
길을 걷다 한 오막살이를 발견하는데 어떤 영감이 소머리탈을 만드는 게 아닌가!
이 소머리탈을 쓰면 평생 놀면서 살 수 있다는영감의 말에
게으름뱅이는 소머리탈을 넙죽 받아쓴다.
그 런 데
갑자기 소머리탈이 머리에 착 달라붙고 온몸에서 누런 털이 돋아나고, 발굽이 생기더니 소가 되어버린다.
도와달라고 말을 해도 음메음메 소리만 나올 뿐.
그렇게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소의 고된 삶을 살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코피가 터지고, 발굽이 부서지고, 등허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일을 하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이렇게 살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무를 먹으면 이 소는 죽소" 했던 영감의 말을 떠올리며
무밭으로 달려가 무를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이제 죽게 될까!
숙제 안 해 온 꼬마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일은 꼭 숙제를 해 오라고 힘주어 말해 주었다.
부지런함, 즉 근면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중의 하나이다.
옛이야기답게 게으름뱅이는 소가 되어 엄청 고생을 하게 되는 권선징악적 구조를 담고 있다.
그림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꼴라주 기법이 보인다.
그냥 색칠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들을 이용해서 표현한 것이 꼴라주이다.
아이들이 "가뭄"이란 낱말을 모를 듯하여 물어보니 아무도 몰랐다.
가뭄의 뜻을 설명을 해 주었더니
지진과 같지 않냐는 아이가 있어 다르다고 말해 주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저 혼자 읽으면 뜻도 모르고 대충 읽을 텐데
어른이 옆에서 어려운 낱말도 알려 주고
시대 배경도 설명해 주고
표현 기법도 알려 주면
훨씬 배경 지식이 많이 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