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간간이 눈발이 날렸다.
춘삼월에 눈이라.!
아이들 데리고 복도로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아이들 입에서
" 선생님! 추워요"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늘 날씨가 매서웠다.
중학생이 된 딸 말이 중학교 교실은 더 춥단다.
너무 추워서 기모 스타킹을 신어야 될 듯하단다.
입학식날 가보고 나도 적잖이 놀랐다.
공립 중고등학교의 현실이 이런가 싶어서 헛헛했다.
이래서 사립 중고등학교를 선호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월 3일, 오전에는 초등학교 입학식을 진행하였고,
오후에는 딸 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게 되어서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초등학교는 공주님 왕자님 모시듯 정말 갖은 정성을 다해 입학식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학교의 공식 첫행사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입학식을 위해서 1학년 담임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학교에 나와 입학식 준비를 한다.
입학식장도 꾸미고, 교실도 꾸미고, 아이들 선물도 준비하고 말이다.
그래서 1학년이 힘들다.
입학식 당일날, 학부모는 의자가 없어도 주인공인 입학생들은 접이식 의자에 앉혔다.
입학생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올해는 입학식 축하 선물도 푸짐하게 줬다.
24색 크레파스, 종합장, L자 홀더, 8칸 공책, 단체 티셔츠를 종이 가방에 넣어 개별로 줬다.
그런데 중학교 입학식 가보니 헐~~
똑같이 체육관에서 하는데 정말 달랐다.
내가 도착했을 때 예행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의자도 없이 아이들을 차가운 맨바닥에 앉힌 채로 연습을 하는 거였다.
본식에서는 아이들이 내내 서 있었다. 주인공인데도 대접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학부모들은 스탠드에 앉아 편하게 구경을 하였다.
입학식장에는 플랭카드만 덜렁 하나 걸려 있을 뿐이고 선물은 당연히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식은 입학생들을 공주와 왕자처럼 대접해주는데
중학교 입학식은 완전 푸대접이었다.
그게 엄마로서 참 서글펐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까지는 정말 귀하게 대접을 받다가
중학교 가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좀 슬펐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멋쩍을만큼 썰렁했다.
아이들을 교실로 인솔해 가서 여러 가지 사항들을 담임께서 전달해 주셨다.
교실은 더 가관이었다.
바닥은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다(마룻바닥이 아님) 사물함은 그 오래된 구닥다리 나무 사물함이고,
TV, 컴퓨터도 없고, 학급문고도 단 한 권도 없이 책상, 의자, 사물함, 청소함이 끝이었다.
신발장도 없어서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왔다갔다 한다.
학부모들도 1/5 정도만 왔다. 아마 나처럼 큰 아이 엄마들일 것이다.
초등학교는 100% 참석인데 말이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고등학교는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고
중학교는 시설이나 환경면에서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는구나 절감하였다.
중학교 아이들이 가장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중2병에 걸린 아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학교가 그 아이들을 얼마나 존중해주고, 대접해 주었는지부터 점검해 봤음 좋겠다.
그런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과연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꼈을까!
사람은 자신이 남에게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막 나가기가 쉽다.
충분히 사랑 받고, 존중 받고, 대접 받는다고 느낀다면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좀더 약하게 중2병을 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느낄 것은 다 느낀다.
우리 딸만 해도 입학식 갔다 와서
"초등학교와 대접이 너무 다르다"는 말을 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멀쩡했는데 내부 시설이 너무 후지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을 그렇게 거창하게 하고나서
중학교 입학식이 그렇게 썰렁할 때 아이들이 무엇을 느끼겠는가!
자신들도 학교를, 선생님을 그렇게 대우해도 된다고 느끼지 않을까!
귀하게 대접을 받아본 아이들이 그들 또한 타인도 귀하게 대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씁쓸하게 해봤다.
입학식, 졸업식은 차치하더라도 교실 환경만큼은 아이들이 오래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아늑하게 꾸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