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일이다.

아들이 새로 사 준 옷을 입어 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옷은 검정 바탕에 가슴 근처에만 큼직하고 하얀 이빨 여러 개와 빨간 혓바닷이 그려져 있다.

후드티인데 후드에는 귀여운 귀가 달려 있다.

고양이 같아 보였다.

단순하면서도 귀여워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다.


아들이 동물 옷을 입은 걸 보자마자 온이가 이상해졌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꼬리는 사방으로 부풀리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괴상한 울음 소리였다.

우리 가족은 그 소리가 정말 희한해서

아들 보고 온이 앞으로 가 보라고 부추겼다.

너무 가까이 가면 온이가 아들을 할퀼 수도 있으니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라고 주의를 줬다.

몇 개월 만에 "캭"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딸에게는 얼른 동영상을 찍으라고 주문을 했다.

온이는 아들의 동물 옷 입은 모습이 적처럼 느껴졌나 보다.

자기 구역에 웬 낯선 고양이가 나타난 걸로 알았는지도 모른다.

아들은 온이가 자기한테 "캭"하고 털을 세우고 싫어했다면서 한동안 삐쳐 있었다.

배은망덕한 고양이라면서 말이다.

매번 아빠의 구박으로부터 온이를 구해내는 게 자신인데

온이가 자길 보고 경계를 하니 서운하기도 했을 것이다.


고양이도 사물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털을 부풀릴만큼 부풀려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공포심을 드러내는 온이와는 달리

우리 가족은 온이의 반응이 정말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고 온이의 울음을 따라해 보기도 하였다.

온이는 어쩌면 많이 공포스러웠을지도 모르는데 그 상황을 즐긴 것 같아 온이한테 조금 미안해진다.

사람 입장만 생각해서 말이다.


어제는 그렇게 경계를 하더니

오늘은 아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온이 앞에 알짱거리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걸 보니 이제 적응했나 보다.


어제 온이의 울음소리는 완전 대박 사건이긴 하다.

평소에 가느다란 소리만 내던 온이가

어디서 그런 낮으면서 큰 울음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게 참 많다.

이 책도 다시 한 번 정독해야겠다.


온이가 자기 이야기 쓰는 줄 어떻게 알고 껑충 뛰어올라 무릎에 앉아서는

내 손가락을 한 번 깨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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