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샘의 책읽어주기 시간이다.
이번 꼬마 샘은 좀 특별하다.
오랜 시간 아무도 몰래 연습을 시켰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글을 능숙하게 잘 읽지 못한다.
한글을 늦게 깨쳤었던가 보다.
또래 아이에 비해 책 읽기가 약하기 때문에
2학기 학부모 상담 때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줄까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였다.
쉬운 그림책 하나를 선택하여
아이가 능숙하게 읽을 때까지- 남앞에서 자랑스럽게 읽어줄 수 있을 정도로-
매일매일 한 쪽씩 반복 연습을 시켜 달라고 부탁 드렸다.
책 선택은 아이에게 맡기라고 팁을 주었다.
한 권의 그림책을 능숙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아이는 분명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아이가 선택한 책은 요즘 배우는 교과서 내용 <나눔, 봉사>와도 일맥상통하여 정말 좋았다.
바로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언제 읽어도 감동을 주는 그런 책이다.
흑백 그림책의 담백함 속에 깊은 내용이 들어 있다.
자신의 일부분을 떼어주면서 오히려
"행복했다"라고 말하는 나무를 보면서
우리 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어제 오늘 정신 없이 바빴는데
나도 저 나무 밑동에 앉아 쉬고 싶어진다.
중간중간 매끄럽지 않게 읽는 부분들이 있었으나
보통 때 보여주던 읽기 실력에 비하면 진짜 잘 읽었다.
그 동안 이 꼬마 샘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심으로 " 잘 읽어줬다"고 말해줬다.
내가" 친구들에게 읽어줄래?" 라고 제안했을 때
자신 없고, 부끄럽고, 혹시 창피 당할까 봐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이 아이는 쿨하게 "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혹시 읽다가 아이들이 잘 못 읽는다고 구박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더 힘든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었건만
흔쾌히 용기를 내주어서 고맙다.
몇 개월 동안 선생님이 내 준 숙제, 엄마와의 약속을 잘 지켜줘서 고맙다.
열심히 읽는 꼬마 샘의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낸 다른 친구들도 고맙다.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 어린이들이 설사 자신이 못하고 약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 이 아이처럼 껍질을 깨고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