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가는 아이들에게 책선물을 하고 있다고 하니 남편이
" 당신이 뭐 자선사업가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여섯 명이 전학을 가는데 모두에게 선물을 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은 의아할 수도 있겠다.
나도 남편도 책선물 하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기에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 생각하니까.
남편의 그 말에 왜 나는 전학 가는 아이에게 책선물을 하게 되었을까 내 맘을 들여다 봤다.

첫째 아이들이 책과 평생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거의 일 년 동안 나와 함께 아침독서를 비롯해서 도서실 나들이,
선생님의 책읽어주기를 경험했는데 이 좋은 습관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이다.

둘째 떠나는 아이들 기억 속에 책 좋아하는 선생님, 나아가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은 나의 작은 욕심 때문이다.
남편이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우리에게 책 좋아하는 선생님, 책 읽어주는 선생님, 책선물하는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 한 조각이라도 있음 좋겠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난 우리 애들이 먼훗날 초등시절을 떠올릴 때 전학 선물로 책을 주시는 분이 있었다는 좋은 추억을 갖기를 바란다.

셋째 전학은 아이들에게 낯선 세계로 향하는 두려운 여행이다.
오죽하면 어떤 교육학자는(아마 페스탈로찌?) 되도록 전학을 시키지 말라고 했을까. 
어른도 이사 가거나 직장 옮기면 힘든데 아이들은 전학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수도 있다.

겉으로 표현을 못할 뿐이지. 전학은 부모의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니까. 

이사 가기 전에 꼭 아이들과 먼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학 가는 아이들이 이 책으로 용기를 갖고 당당히 현실을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어떤 선생님은 반 아이들 생일 때마다 책을 선물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다시 기증받는다고 하시지만...그러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비하면 난 선행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전학 가는 친구들이 책선물을 받을 때마다 남아있는 아이들이 너무 부러워해서
" 너희들은 앞으로도 선생님의 책 읽어주는 시간이 남아있고
이학년 되어서도 선생님을 학교에서 자주 만날 수 있고 , 
학년  올라가서도 선생님 교실에 와서 책도 빌려갈 수 있지만 
전학 가는 친구들은 이걸로 끝이잖니.그래서 책선물 하는 거니 너무 부러워 하지 마렴."했다.
그래도 부럽단다. 애효효!

이번 주 두 명이 전학을 가는데 그 아이들에게 선물한 책은
< 야쿠바와 사자> 시리즈이다.

지난 번 <서로를 보다> 읽어줄 때 이 책을 도서실에서 찾아오라고 미션을 줬는데
 안터깝게도 책이 없었다. 
이 책 진짜 좋은데....
하여 이 애들이 떠나기 전에 모두에게 두 권 다 읽어줬다.
혹시 집에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니 한 명도 없다길래 부모님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달라고 하라고 팁을 줬다.
지금 사면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예쁜 달력도 준다.
나도 이번에 책 주문하며 사은품을 받아서 교실에 걸어놨다.
길벗에서 나온 책들의 표지가  달마다 나와서 

책소개 할 때도 좋다.
달력 받으려고 매년 이맘 때 길벗어린이 책을 주문하곤 한다.

 이것도 팁!
이런 멋진 그림책은 곁에 두고 틈 날 때 마다 읽어야 하니 소장하는 게 가장 좋다.

야쿠바와 사자 이야기는 용기와 신뢰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아침독서신문을 보니 어떤 선생님이 이 두권을 다 읽어주시자 감동 받은 아이들이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그만큼 큰 울림이 있는 멋진 책이다.
글밥이 적고 그림도 큼직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철학적이면서도 큰 뜻을 품고 있다.
강렬한 붓터치를 살린 흑백그림은 흑백그림책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엉성해 보일지 모르지만 단순한 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이 그림책 읽어주고나서 도서실 미션으로 흑백그림책 찾기를  주니 제법 잘 찾아왔다.
흑백그림책은 칼라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니 다른 책들도 이 기회에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부족의 전사가 되기 위해 사냥을 나선 소년 야쿠바는
며칠을 기다린 끝에 사자와 대면한다.
그 때 사자의 눈이 말을 걸어온다.
자신은 피를 많이 흘렸으며
이런 나를 공격하여 쓰러뜨리면 넌 부족의 전사가 되겠지만
고귀함은 잃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나를 죽이지 않으면 넌 높은 존재가 되겠지만 부족에게는무시를 당할 것이니
야쿠바 스스로 선택하라고 한다.

용감한 전사냐
고귀한 존재냐

야쿠바는 빈손으로 마을을 향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마을로 돌아온 야쿠바는 사자의 말대로 부족의 멸시를 받는다.

키부에( 사자) 는 엄청난 가뭄에 굶어죽는 무리들을 위해 마을로 내려간다.
물소를 지키는 인간이 보인다.
단박에 둘은 서로가 누구인지 알아본다.
오래전 대면한 적이 있던 야쿠바와 키부에이다.
지금 둘은 

물소를 습격하기 위해서
물소를 지키기 위해서
서로를 향해 창과 발톱을 세워야 한다.

둘은 결국 결투를 한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는 눈속임 결투이다.
둘을 바라보던 사자 무리들은 밤새 사자와 싸우는 야쿠바를 보고  센 놈이라 여기고 자리를 피한다.
빈 손으로 돌아간 키부에를 위해 야쿠바는 물소 반마리를 던져 놓고 가지만 
키부에는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고기를 안 먹는다.
짐이 될 수 없다며 야쿠바를 위해 오히려 길을 떠난다.

다 읽어주고나자 아이들이 박수가 아니라 3 권이 궁금하다고 한다.
먹이를 찾아 다른 마을로 떠난 키부에의 이야기가 어쩐지 더 있을 듯 싶나보다.
" 그렇게 궁금하면 너희들이 출판사에 3 권 만들어 달라고 편지를 쓰렴" 하고 알려줬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지 않을까.
 
죽이지 않는 용기가 더 위대하다는 것과
야쿠바와 키부에가 보여준 신뢰는 언제 읽어도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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