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재시험을 봤다.

재시험 보는 것은 교사에게는 내 시간을 할애 하는 일이다.

시험지도 만들어야지

채점도 해야지

다른 일 해야 할 시간에 그런 것들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재시험을 보는 이유는 아이들이 완전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100%는 아니더라도 과반수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 성미는

나를 스스로 피곤하게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번도 그렇다.

9번, 14번 문제를 다 틀렸다고 해도 여러 가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그냥 모른 척 넘어가도 되련만 난 그게 잘 안 된다.

 

어제 몽땅 틀렸던 그런 유형의 문제가 또 나왔는데 아이들은 이번에 틀리지 않았다.

어제 야단 쳤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까지 간다고

문제 풀 때 자주 덤벙대는 것도

연신 실수하는 것도 버릇이 될 수 있다.

어제는 그런 맥락에서 야단을 친 것이지 점수 가지고 야단을 친 것은 절대 아니다.

재시험이니만큼 시험 난이도가 어제보다 더 높았지만

아이들의 점수는 몇 명 빼고는 다 올랐다.

점수가 오른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1학년이지만 점수에 꽤 민감하다.

받아쓰기 점수도 서로 물어보고, 수학 점수도 지네들끼리 물어보고 난리도 아니다.

남의 점수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해도 어느새 시험지 돌려보고.....

귀여운 것은 1학년은 낮은 점수도 부끄러워 하거나 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수 올랐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성취감을 많이 느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네들끼리 도파민이 머리에 많이 생겼다면서 좋아한다.

성공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준다.

많은 성공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성공하는 사람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번의 경험을 통해 노력하면 이렇게 나아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어려운(?)수학도 조금 노력하니 금세 실력이 좋아지듯이

다른 어떤 것들도 노력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음을 우리 꼬맹이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결국

우리나라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수학도

연습, 즉 반복 학습에 의해 충분히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말인 셈이다.

어제는 쉬운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덜렁대어 틀렸던 아이들이

오늘은 틀리지 않았다. 그 점을 칭찬해 주었다.

너희가 어제 틀렸던 것은 바로 집중을 하지 않았던 탓이며

쉽다고 덩벙대면 여지 없이 틀리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

어제는 한 명도 없던 100점이 3명이나 나왔다. 문제는 더 어려웠는데 말이다.

100점이라고 말해 주니 어떤 아이가 큰 환호성을 질렀다.

어제 엄마와 연습을 많이 했노라고....

모르긴 몰라도 그 아이는 앞으로 수학을 아주 좋아할 거라고 본다.

 

수학을 잘하는 머리가 원래부터 있지 않다는 어느 학자의 말이

우리 반 아이들의 시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수학은 끊임 없는 반복학습으로 인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 수학 못 해. 재능이 없어" 라고 단정 짓지 않도록 하자.

수퍼남매에게도 누누히 말한다.

" 너희들은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과목보다 약한 것일 뿐이야. 그러니 꾸준히 복습을 해야 해" 라고 말이다.

하지만 자녀들이 못 하는 것을 보는 것은 학생들이 못 하는 것을 볼 때보다 더 열불이 난다.

가끔 나도 이해와 수용의 낙차를 경험하곤 한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끝까지 나를 제어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데

자녀에게는 그게 잘 안 된다.

선배님들 말씀이

자녀 가르치다 보면 열불 나서

막말을 하거나 성질을 부리기 때문에 자녀와의 사이가 소원해져서 결국 학원에 보내게 된다고들 하신다.

나도 그렇게 될까 봐 약간 두렵기도 하다.

그제도 수퍼남매 수학 가르치다

성질을 부려서 둘 다 울었다.ㅠㅠ

(내 변명이지만 너무 쉬운 것을 틀리니 기가 막혀 소리를 꽥 질렀다.)

나중에 이성이 돌아오고나서 다시는 성질을 부리지 않겠다고 수퍼남매와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교사와 부모의 차이이다.

최은희 샘의 이해와 수용의 낙차가 이럴 때 적용되는 것이겠지.

그래도 전보다 많이 나아졌음을 딸이 증명해 주니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엄마도 오늘보다는 내일 성질 부리지 않도록 노력해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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