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단원평가를 봤다. 덧셈과 뺄셈이다.

채점을 하다보니 9번 문제를 22명 전원이 틀렸다. 이럴 수가....

혹시나 하여 두 번을 확인해도 한 아이도 정답을 못 적었다.

쉬운 문제인데

어쩜 오답도 똑같이 적다니....(이건 모든 아이들이 오개념이 똑같다는 말인데)

 

 

문제는

6+4+2=☐+2=☐

이다.

이 문제를 모든 아이들이 틀렸다니...

첫째 번

☐에 10을 써야 하는데 모두들 12를 써놓고

둘째 번

☐에 12를 써야 하는데 모두들 14를 적어놨다. 나 원 참.

 

내 지론이 어려운 문제는 수학 재능이 있는 애들은 맞고 재능이 약한 애들은 틀리게 되어 있으니

그런 문제 틀렸다고 혼내지 않는다.

그건 수퍼남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 아이들도 수학이 약하기 때문에 절대 어려운 문제 틀렸다고 야단 안 친다.

대신 기본 개념을 묻거나 쉬운 문제를 틀린 경우는 된통 야단을 친다.

그건 문제를 덤벙대며 풀었거나 문제를 꼼꼼히 읽지 않았거나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하는 말 중에

" 집에서는 잘하는데 학교에서는 왜 자꾸 실수하는지 모르겠어요" 가 많다.

실수도 실력이다.

받아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과 집에서 시험 볼 때는 다 맞던 아이가

학교에서 보면 100점을 못 맞는다면 그게 그 아이의 실력인 것이다.

어려운 문제는 다같이 틀린다.

중, 하의 문제를 누가 실수 없이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니 이런 학습 태도 또한 저학년 때 길러야 하는 게 당연하다.

 

9번을 틀린 아이들은 역시나 비슷한 유형의 14번 문제도 8명 빼고 대부분 틀렸다.

문제는

8+5=8+☐+3=☐

이다. 이것도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14명의 오답자들은 첫째 번 네모에다 7을 적어 놨다.

난 왜 7을 적었는지 궁금했다.

가만 들여다 보니 바로 옆에 3이 나오니 10을 만들기 위해서 아무 생각 없이 7을 적은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7을 적었다.

5을 갈라서 2를 써야 하는데 말이다. 이것도 나 원 참.

 

수업 시간에 그렇게 설명을 많이 하고,

매번 형성 평가도 하고 그랬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믿었던 아이들마저 영락없이 이 두 문제에서 오답을 썼다.

쉬운 문제를 전원이 틀린 것은 내 기억상 처음인 듯하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보통 1-2명은 맞는데 말이다.

 

왜 전원이 쉬운 문제를 틀렸을까 그 원인을 알 것 같다.

며칠 전부터 학기말 증후군이 왔다.

술렁술렁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수업 분위기가 제대로 안 잡히고,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은 노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을 일으키더니 결국 고도의 순간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험에서도

해이해져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가르쳐보면 저학년 아이들은 고학년만큼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애들도 꽤 된다.

우리 반 아이들도 매번 쪽지 시험 보자 하면

와! 하며 좋아하곤 했었는데

결과는 이렇게 참담하다.

내일 재시험 본다고 했으니

이 녀석들이 얼마나 집중을 하고 문제를 푸는지 두고봐야겠다.

이제 행사는 하나도 없고, 공부와 수행평가만 남았다고 했건만......

한참 흥분하고 있는 녀석들을 데리고 겨울 방학식까지 공부를 해야한다니

갈 길이 까마득하다.

 

교사들끼리

예전에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그 때가 면학 분위기 짱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종 플루 전염 때문에 아무런 학교 행사가 없으니

아이들이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학습에 임하였다고 말이다.

 

아! 옛날이여~~

 

독서 동아리 선배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시던데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실수를 연거푸 하는 아이들,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까!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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