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폴로와 쥐 한림 고학년문고 28
마갈리 에르베르 지음, 곽노경 옮김, 오정택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폴로는 지하철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다.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잊은 지 오래다. 존재감 없는 노숙자. 그게 폴로의 캐릭터다. 폴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도 뿌리치고 혼자 묵묵히 살아간다. 딱히 잡을 희망도 없는 폴로는 너무 가엾다. 사람에게 꿈과 희망과 목표가 없다니 그건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반에서는 '스프링 노트'라는 것을 쓰는데 하루 동안 공부한 것을 기록하고 복습하는 노트이다. 처음 필기를 시작할 때 하루 동안 내가 이룰 목표를 적는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처음 세운 계획에 대한 반성을 쓴다. 처음 세운 목표를 달성했을 때 정말 쾌감과 기쁨이 느껴진다. 5일간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는 게 쏠쏠한 재미다. 그런데 작은 목표도 없이 사는 폴로는 이런 쾌감을 느껴보지 못할 것이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언젠가 폴로에게도 살아갈만한 힘이 되어주는 목표와 희망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이다.

 

 

   쥐는 자신의 영역에선 그 누구보다 힘도 세고 몸집이 큰 쥐다. 쥐는 하나의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바로 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허기... 쥐는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보금자리와 가족을 버리고 점점 외로운 떠돌이가 되어갔다. 자신과 같은 종족도 무참히 먹어버리는 쥐 앞에선 그 누구도 찍 소리도 못했다. 그렇게 먹어도 쥐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눈에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고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여기저기 방황하였다 쥐도 딱히 희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희망이라고 해봤자 끝없는 이 허기가 사라지는 것 정도 일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듯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폴로와 쥐가 만난 곳은 오래전 발길이 끊긴 골목의 분수대였다. 폴로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이 골목은 폴로가 살기엔 안성맞춤 인 것 같았다. 폴로는 포도주와 빵을 챙겨들고 분수대에서 묵기로 정한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쥐는 향긋한 빵 냄새에 이끌려서(그 때가지도 여전히 쥐는 허기진 상태였다.) 폴로가 있는 분수대로 오게 된다. 이렇게 둘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쥐가 처음부터 폴로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던 것은 아니다. 쥐는 인간이 잔인하고 비열한 동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로웠던 폴로는 쥐에게 마음을 쉽게 연다. 자신처럼 혼자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같아 보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폴로가 쥐에게 자신의 속마음도 털어 놓고 얘기도 나누다 보니 쥐도 어느새 폴로가 좋아지게 된다. 인간과 쥐도 서로 기댈 존재가 될 수 있다니......둘 모두 희망을 얻은 것 같다. 이제 폴로는 자신이 벽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고 쥐는 함께 할 친구가 생겨서 기쁠 것이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된다는 것은 중요하고 기쁜 일이다. 그것은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폴로와 쥐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듯이 말이다.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엔 함께 있기만 해도 기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함께 있는 것, 앞으로 함께 라는 것으로도 둘은 행복할 것이다.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바로 작은 관심과 사랑을 통해 생기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언제 죽을지 몰라도 지금 이렇게 같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이다. 폴로와 쥐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아낌없이 애정을 주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서로가 소중한 의미를 품게 되지 않았을까? 조금만 사랑을 주고 관심을 보여준다면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에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딸이 쓴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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