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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뺀 날 - 2.3학년 어린이 일기 모음 ㅣ 쑥쑥문고 75
이영근 엮음, 박지은 옮김, 경하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둘째 담임 선생님이 돌려읽기 책으로 사오라고 하셔서 구매한 책이다.
아들이 먼저 읽고 아무 데나 놔뒀길래 나도 한 번 읽어봤다.
2-3학년 어린이들의 일기 모음집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기에 실린 일기들은 해마다 하는 학급문고 대회에 출품한 문집 중에서 고른 일기라고 한다.
솔직히 잘 쓴 일기도 있고, 그냥저냥한 일기도 있고, 못 쓴 일기도 있다.
하지만 엮은이의 말처럼
자신의 삶을 잘 담아냈다면 잘 쓰고 못 쓴 일기가 굳이 따로 있겠는가라는 그 말에 양심이 찔렸다.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엄마가, 선생님이 검사하니까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평가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일기를 평가하려고 하는 습관을 빨리 고쳐야 한다.
나도 한 때 일기에 별 세 개, 별 두 개, 별 한 개로 평가를 한 적이 있더랬다.
틀린 글씨도 친절하게 고쳐 주고,
글씨가 삐뚤삐뚤하면 다시 쓰라고 하기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랬더랬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을 쓴 일기를 국어 수행평가 하듯이 평가를 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은 교사들이 일기 지도를 예전의 나처럼 하는 분들이 꽤 계시다.
독서 교육의 목표가
평생 독서가를 만드는 데 있다면
일기 지도의 목표는
평생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기 지도를 예전의 나처럼 국어 수행 평가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일기는 삶을 나누는 것이다.
일기 속에 일기를 쓴 사람의 삶이, 마음이 들어가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첫째는 일기 쓰기를 그렇게 힘겨워 하지 않았다.
1-2학년 담임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두 분 다 아이의 일기에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 주셨다.
두 분이 쓴 댓글을 보면서 나도 도전을 많이 받았더랬다.
'음~ 저렇게 멘트를 날려야 겠구나' 하고 말이다.
아이는 선생님의 댓글에 탄력을 받아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고, 저절로 문장력도 좋아졌다.
그 저력은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되어 일기, 독후감 등 글짓기 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았다.
저학년은 담임이 조금만 시간을 내어 댓글을 달아 주는 게 아이들이 일기 쓰기를 좋아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전에는 굳이 일기까지 댓글을 달아 줘야 해?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기 지도 관련 책과 수퍼남매를 보면서 생각이 변했다.
저학년 때는 담임이 자신의 일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에너지가 되는지 나도 지금 댓들을 달아 주면서 체험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들도 자신들의 일기장에 달려 있는 내 댓글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모른다.
1년 간 쓴 일기는 제본하는 게 또 일기 지도에 도움이 된다.
내가 쓴 일기가 책처럼 제본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일기에 정성을 들이는 것 같다.
수퍼남매도 일기를 제본해 줬는데 그 일기를 가끔 들여다 보며
자신의 추억을 되새김질해 본다.
제본을 하지 않으면 일기들이 제각각 굴러 다녀서 결국 추억은 날아가고 만다.
셋째 이런 일기 모음집을 읽어주는 게 일기 지도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것이 일기라는 것을 자주자주 들려주면
아이들의 일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일기 모음집에는 물론 학년답지 않게 잘 쓴 일기도 들어있지만
자기들이 보기에도 못 쓴 일기들도 있다.
그런 걸 볼 때면
"와! 저런 일기도 책이 되어 나오네! 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 하며
불끈불끈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표제가 된 일기 <이빨 뺀 날>도 읽어보니
횡설수설 그 자체다. 글쓴이에게는 미안하지만서도.... ㅎㅎㅎ
하지만 일기를 보면서 그 날 있었을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이의 이빨이 흔들거려 아빠와 함께 이를 실에 묶어 이빨을 빼기까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기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