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책벌레의 책 읽어주기 시간이 되었다.

내가 미션을 준 책은 바로 이것이다.

<티키 티키 템보>의 우리나라 버전이라고 하면 되겠다.

책벌레는 아주 실감 나게 읽어 줬다.

중간 중간 내가 개입을 하면서

낱말뜻도 알려 주고 줄거리도 점검해 보고

티키 티키 템보와 다른 점들을 물어보기도 하였다.

 

두 책 모두 부모의 지나친 애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름 짓기"를 통해

풍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티키 티키 템보에서는 홀어미니가 나오고.

김 수한무에서는 홀아버지가 나온다.

한마디로 한부모 가정이 나오는 셈이다.

두 책 모두 한부모 가정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혼자 키우는 아이라서 두 배 세 배 더 애정을 가졌을 테고

그것이 도를 지나쳐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진 것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그건 그렇고

우리 반 아이 중의 두 명이 책을 다 듣고나서

"엄마가 이 책에 안 나오는데 어떻게 아이가 태어나요?"

" 아기 씨가 없는데 어떻게 아이가 태어나요?"

라고 질문을 하였다.

" 아기를 만들어 놓고 전쟁터에 나갔거나 애 낳다가 죽지 않았을까?" 라고 대답해 주고

질문한 아이들을 칭찬해 줬다.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스스로 학습 의욕이 생겼다는 좋은 증거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도통 질문을 안 해서 걱정이라고 한다.

몰라도 질문을 안 하고

궁금해도 안 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호기심은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실에서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정말 질문을 안 한다.

질문은 대답보다 더 어렵다.

뭔가 배경 지식이 있어야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의 상태에서는 질문이 나올 수 없다.

위에 질문을 한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 배경 지식이 풍부한 아이들인 셈이다.

 

발표도 마찬가지이다.

단답형 질문에는 거수를 많이 하지만 확산적 질문에는 겨우 1-2명만 거수를 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다.

그 동안 틈 날 때마다

" 왜? 를 항상 생각하고, 호기심을 가져야  창의적인 사람이 된단다." 라고 말한 게 먹혀들어간 모양이다.

언젠가 들은 연수에서

강사님께서 미국 고등학교를 방문하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그 학교의 중앙현관의 한 액자였다고 한다.

"?"가 커다랗게 그려진 액자였다고 한다.

결국 창의적 인재는 "?"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질문을 안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아본 게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기껏해야 낱말 뜻을 몰라서 물어보는 정도였는데....

 

유태인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자녀에게

"오늘 학교 가서 무슨 질문을 하고 왔니?" 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 라고 묻는다.

차이가 보인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과연 내적 학습 의욕이 있을까?

공부가 즐겁다, 하고 싶다, 궁금하다, 더 알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을까?

혹시 가정이, 학교가, 사회가

아이들로부터 공부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 집 고양이 온이를 보면 진짜 호기심이 많다.

무엇이나 궁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내가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면 뭐하나 궁금해서 정수기 위에 올라가 빤히 쳐다본다.

어떤 종이 가방이든지 들어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온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저런 호기심이 분명 있었을 텐데

왜 지금은  호기심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에서 보니

그건 질문을 받아주지 않는 부모와 교사의 탓이라는 것이다. 동의한다.

아이들의 질문이 사라진 것은

결국 어른들 때문이란 말이다.

아이가 질문을 할 때

칭찬해 주고, 정성스럽게 대답을 해 주었다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한 채로 성장했을 것이다.

호기심은 내적 학습 의욕을 고취시켜 주었을 것이고

창의성 발달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창의적 산물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런데 나부터도 수퍼남매의 질문을 귀찮아하고

교실 아이들의 질문을 쓸데 없다고 치부한 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런 어른들의 태도가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사라지게 만들고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평생 교육 시대를 맞이하여

지적 호기심과 내적 학습 의욕은 정말 중요하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이라도 호기심을 되찾아줘야 한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귀찮아 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질문한 것에 칭찬해 주고, 그 질문에 최대한 정성껏 대답을 해 주거나 정확한 답을 모를 경우에는

답을 찾는 방법을 안내해 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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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1-15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키티키템보>만 읽었는데 <김수한무>도 봐야겠네요.
여기에 두 책 다 넣으면 좋을 거 같아요.^^

아이들의 질문을 막아버린 어른들에 저도 한자리 들었으니 반성합니다~ ㅠ

수퍼남매맘 2013-11-15 14:23   좋아요 0 | URL
네 나머지 책도 집어 넣을 게요.
저 또한 아이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적이 많아 반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