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독서 시간에 6학년 선생님이 초대장을 들고 교실에 오셨다.

반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음악회를 하니 시간 되시면 아이들과 와서 관람하라는 내용이었다.

강당에서 선배들이 연주회 하는 것 구경하는 것이 교과서 공부보다 훨씬 낫겠다는 판단 하에

아이들을 강당으로 데려갔다.

한참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데 우리 애들이 뻐걱대면서 들어가서 얼마나 미안한지....

의자에 앉아서도 연신 발을 까딱거리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고

의자 손잡이에 들어 있는 책상을 꺼냈다 넣었다 하고......

꾸러기 한 명은 자리에 가만 앉아 있질 못하고 난리를 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쳐서 결국 내가 데리고 나왔다.

한 학년 위라고 2학년은 그런대로 의젓하게 보는데 말이다.

 

피아노 연주, 플룻 연주, 밴드 연주, 핸드벨 연주, 리코더 합주 등등

(핸드벨 연주 할 때는 아이들이 완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아이 전체가 참여하는 음악회를 이렇게 강당에서 공연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도 20년 동안 첨 구경했다-

6학년 선생님의 열정과 수고가 대단하다.

아이들이 엄청 잘하지는 않고, 군데군데 실수가 있었지만

이렇게 반 전체가 음악회를 한다는 자체가 기적과 같다고 생각한다.

6학년 정도면 무기력증이 생겨서

교사가 아무리 하려고 시킬려고 해도 잘 안 되는데

이 반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구성원이 좋은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 만나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두 명이 사회도 보고,

작은 음악회가 아니라 구색 갖춘 음악회였다.

6학년 졸업반인데 반 전체가 이렇게 큰 무대에 섰으니

잊지 못할 초등학교 추억거리가 생긴 셈이다.

잘하고 못하고는 떠나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섰다는 것은

이 아이들에게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꼬맹이 중의 몇 명이 하도 삐그덕 거려서

도중에 나오려고 했으나

프로그램이 정말 좋아서 민폐를 끼치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다 관람을 시켰다.

교장, 교감, 다른 학년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까지 강당이 꽉 차고도 자리가 모자라 계단에 앉거나 서 있기도 하였다.

공연을 하는 6학년 아이들도

보는 후배들도 깊어가는 가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난 운 좋게도

오늘이 내 생일인데 이런 멋진 공연을 관람하게 되어서 생일 선물을 받은 셈이다.

우리 반 꼬맹이들에게

<작은 음악회>를 글감으로 일기를 써오라고 했는데 어떤 내용이 될까 궁금하다.

우리가 주인공이 될 학예회도 기대된다.

학예회 연습하는 모습 보면 진짜 이쁘다.

고학년은

"연습하자" 그러면

" 에~~또요? 지겨워!" 이러는데

꼬맹이들은

" 와!  앗싸~또 해요." 하며 진짜 즐거워한다.

얼마나 열심히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드는지....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