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난 책을 읽어주었다.
가부와 메이 이야기 5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편견, 이간질, 의심, 나약함....그리고 평화
다북쑥 고개에서 만나기로 한 가부와 메이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쳐온다.
둘이 비밀친구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져
서로가 상대방의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무리에서 내쳐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
가부와 메이는 어쩔 수없이 스파이가 되겠다고 한다.
비밀친구가 탄로나면서
염소들과 늑대들이 메이와 가부에게 던지는 말들은
이간질과 편협된 사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염소와 늑대 무리들이 보여주는 언행이 우리의 모습과 똑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염소들은 메이에게
" 널 이용해서 그 녀석은 먹이를 먹으려는 속셈이야. 정신차려" 라고 말하고
늑대들은 가부에게
" 염소하고도 토끼하고도 친구가 되면 우리 모두는 굶어 죽게 될 거야" 라고 말한다.
살면서 우린 이런 상황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질적인 집단의 사람들이 만날 때
미리 선을 그어 놓고 가까워지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것을 본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상대방을 헐뜯기도 한다.
폭풍우 치는 밤에 만나 비밀친구가 된 가부와 메이에게도 두 집단의 이런 이간질은 넘기 힘든 벽이었나 보다.
서로에 대한 견고한 믿음도 어느덧 금이 가기 시작하고,
상대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영원할 것 같던 둘의 우정도
집단의 이간질, 협박 앞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견고하게만 보이던 신뢰가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우린 이렇게 나약한 존재들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남북한의 현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공동경비구역JSA > 군인들이 남북한을 떠나 서로가 친구가 되었던 감동적인 장면도 생각나고,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동막골이란 장소에서만큼은 서로가 친구가 되었던 남북한 군인들의 모습도 기억났다.
<고지전>에서도 서로 비밀스럽게 물건들을 주고받던 남북한 군인들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친구였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서로의 집단들은 늑대와 염소무리들처럼 둘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하고
상대를 향한 이간질, 협박을 한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들 수밖에 없었다.
어디 남북한 뿐이겠는가!
생각해 보면 이런 관계들이 우리 주변에 꽤 많다.
진보와 보수,여당과 야당, 사측과 노조측, 교장과 교사,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식, ....
폭풍우 치는 밤에
깜깜한 오두막 안에서 서로를 만났더라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그들도
미리 그어 놓은 선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크리스마스 휴전>처럼
대치하고 있는 적이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캐롤을 감상했던 것처럼
가부와 메이의 종족들도 먹고 먹히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
숲이 주는 평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밀친구인 가부와 메이를 인정해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