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 미술영재원 픽업하기

   딸의 미술 영재 수업이 있는 토요일은 놀토가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데려다 줘야지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야지~ 그 날은 오전 내내 아무 것도 못한다. 덩달아 아들도 아무 것도 못한다. 분명 알람이 울리는 걸 들었는데 너무 졸려서 단번에 꺼버리고 다시 잤다.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일어나 보니 8시 20분, 딸을 흔들어 깨워서 얼른 씻으라고 하고 난 사과를 깎았다. 밥 먹을 시간은 없으니깐. 그랬단 지각이지. 차에서 먹으라고 사과를 비닐팩에 넣어서 가지고 나왔다. 엄마의 부주의함 때문에 아침도 못 먹고 4시간 수업을 해야 해서 많이 미안했다. 엄마도 놀토는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지. 의외로 시간이 남아 편의점에서 뭐 사서 먹고 가자고 해도 배부르다며 사양하는 딸. " 왜 영재 수업은 이렇게 일찍 해 가지고? " 라며 구시렁댄다.

  영재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딸의 손에  전시회 포스터와 도록이 들려 있었다. 미술 영재는 2학기에 작품전시회를 하는데 교장선생님께 갖다 드리라며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배부하신 거란다.  지난 여름 방학 때 집중 수업을 하며 20호를 작업하였는데 그 작품과 미술 영재 하면서 했던 다른 입체작품을 모두 전시하는 전시회이다. 온 가족이 도록을 보면서 작품평을 하나하나 해 봤다. 역시 영재들이라서 그런지 작품 수준이 꽤 높았다.  주제가 <미술과 다른 교과와의 융합><자기 들여다보기>였는데 딸은 후자를 선택했었다. 전시회는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한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미래 미술 영재를 꿈 꾸는 아이라면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도 딸의 20호 작품 실물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모습일까 무지 궁금하다.

 

2.극장 가기

   누나 때문에 놀토인데도 아무런 체험을 못한 아들이 불쌍해서- 아들은 내가 어디 가잔 말을 안 하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성격이다- 지난 번 추석 연휴 때 보려고 했다가 못 본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를 보러 가기로 했다.

 

   롯데 시네마는 이미 예약이 만료되었고, 중계동에 있는 cgv에 마침 자리가 있어서 거기 갔다가 이번에 개관한 <북서울미술관>도 가 보면 좋겠다 싶어서 코스를 그렇게 잡았다. 얼른 영화표를 예매하고 주말이라 주차가 혼잡할 것 같아 택시를 타고 극장으로 갔다. 둘을 극장에 들여 보냈다. 나도 <관상>을 보고 싶었지만서도 시간이 안 맞아 포기했다. 아이쇼핑 할 겸 옆에 있는 아울렛으로 가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졌다. 아뿔사! 우산 안 가지고 왔는데... 남편도 오늘 우산 안 가지고 갔는데.... 어쩌나! 미술관은 못 가겠다.   2시간 동안 마음껏 쇼핑을 하고 우산 하나를 사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다. 아이들은 특히 아들은 무척 재밌었나 보다. 오늘 아무 것도 안 했으면 일기 쓸 것 없다고 찡얼거렸을 텐데 영화를 본 덕분에 일기 소재가 생겼다. 순전히 일깃감 구하려고 체험을 하러 다니는 셈이다. 우리가 없는 동안 온이는 2층 침대에서 내내 잠을 잤나 보다. 문 소리가 나니까 어슬렁어슬렁 침대방에서 걸어 나온다.

 

3. 외식하기

   아울렛 8층에 <애슐리>라는 레스토랑이 괜찮다고 하여 한 번 가보자고 딸이 하도 졸라대서 갔더니 1시간 10분을 대기하여야 한다고 해서 그 옆에 있는 푸드 코트에서 먹었다. 아이들이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고 하여 세트를 시켰는데 수제 피자가 꽤 먹을만 했다. 스파게티는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애슐리는 주말에 오면 안 되겠다. 모두들 주말 저녁은 외식을 하나 보다. 하기사 나도 저녁 하기 귀찮아서 먹고 가자고 한 것이니깐. 푸드 코트도 애슐리도 너무 사람이 많다. 지난 번 동료들과 성신여대 <애슐리>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못 먹고  발길을 돌렸는데 이 곳과는 인연이 없나 보다. 음식 맛은 어떨지..... 동료는 가족과 가서 배불리 먹고 왔다고 하는데 배 부르는 것보단 난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나르빅>과 비교하여 어떨까? 분위기는 좀 시끌벅적해 보였다. 난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아! 지난 번 추석 연휴 때 <베니건스>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가격도 국민 가격으로 내려서 훨씬 저렴해지고 말이다. 애슐리 스테이크 맛은 어떨까? 찾아보니 가격은 나르빅보다 많이 저렴하네. 딸 친구들은 <애슐리>에 다 가봤다고 하니 한 번 가 보기는 해야 할 듯하다.

 

4.딸 친구들 초대하기

   딸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했는데 매번 청소 상태가 불량해서 안 된다고 거절을 하다가 오늘은 마음 먹고 " 그래, 오라고 해라" 허락을 했다. 온 가족이 구역을 정하여 청소를 하기 시작하였다. 가끔 집에 손님이 와줘야 대청소가 된다. 아침 먹고 내내 청소한 보람이 있었다. 이 상태로 1주일이 유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하루를 못 버티니...... 빗자루만 들었다하면 뭐 재밌는 일인 줄 알고 달려드는 온이 때문에 청소를 중간 중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퍼남매가 많이 도와줘서 오랜 만에 집안이 깨끗해졌다.

   2시에 온 아이들에게 먼저 김치볶음밥을 대접하였다. 그 후 아이들은 곧장 " Wii"에 돌입하셔서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아들은 자신이 찜해 놓았던 위 게임을 누나들이 차지해서 자기침대에 엎드려서 우는 불상사가 벌어지긴 하였지만 우리 부부가 겨우 달래서 진정시켰다. 누나들은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위 게임을 섭렵하고, 과일도 먹고, 피자 2판도 순식간에 먹어 치우면서 6시까지 놀다 갔다. " 다음에 또 오고 싶다" 면서 말이다.

  아쉬워 하는 아이들에게 " 얘들아, 우리 딸 소원대로 겨울 방학에 한 번 자고 가라! 이층 침대에 2명씩 자면 되겠네" 하자 아이들은 신이 났다. 평소에는 학원들 다니라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 주말이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게 해 줘야지 생각은 하는데 주말이면 나도 푹 쉬고 싶어져서 말이다. 오늘 울 부부 맘 먹고 딸을 위해 휴일을 반납했다. 아들에게도 " 아들아, 위 리모컨이 세 개이니 너는 친구 두 명만 초대해서 누나처럼 놀아 보렴" 했다.

 

5. 책 읽기

주말 동안 조정래 님의 <정글만리 2>를 다 읽으려고 하였으나 조금밖에 진도가 안 나갔다. 한 번 잡으면 놓기 싫을만큼 정말 재밌는데 앞에 썼다시피 짬이 없었다. 그것도 핑계이지만서도. 2년 전 딸과 함께 중국에 갔을 때 느꼈던 게 비단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구나 팍팍 공감을 하면서 읽고 있다. 여행이 그런 것 같다. 다녀온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정말 이해가 쏙쏙 잘 된다. 우린 북경을 갔다 왔었는데 정말 무질서한 거리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했었더랬다. 지금도 딸과 난 중국하면 거대함, 무질서, 불친절이라는 낱말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 책에도 중국의 그런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을 보면서 <시안>이란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로 따지면 경주 정도의 역사가 오래된 곳이란다. 개방 이후 순식간에 G2 가 되어버린 중국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예전 우리의 60-70년대를 재현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난 미사어구 없이 마치 기자가 기사를 전해주듯이 쓴 이런 소설이 참 좋다.  왜 사람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 지금 중국에 대해 알지 못하면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앞으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중국을 알아야 할 밖에. 그런 면에서 <정글만리>는 지금 중국에 대해서 상세히, 재미있게 들려주는 아주 좋은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책 읽기에 정말 딱인 계절인데 정작 책을 더 못 읽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다음 주도 공개수업이다 학예회 준비다 뭐다뭐다 해서 많이 바쁠 것 같지만 <정글만리2>는 끝까지 읽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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