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징검다리 역사책 3
정창권 지음, 김도연 그림 / 사계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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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란 말을 들어봤나요?  전기수란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이란 뜻이에요. 한 마디로 책 읽어주는 사람이죠.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은 책이 읽고 싶어도, 이야기가 궁금해도 쉬이 책을 구해서 읽질 못했답니다. 전기수들은 이야기를 줄줄 외어 시장이나 담배 가게 같은 곳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맛깔나게 들려주었답니다. 이야기에 굶주린 백성들을 모아 놓고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니 전기수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고 해요. 지금의 아이돌처럼 말이죠.

 

이 책은 바로 그 시대 실제 살았던 전기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자상이라는 주인공은 실제 인물인데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답니다. 아버지가 양반을 돕는 서리라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서리가 되어야 했지만 이자상은 전기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는답니다. 서리를 하면 양반처럼 벼슬을 하진 못하더라도 그냥저냥 밥 굶지 않고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이자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이자상처럼 부귀영화가 보장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는 그런 투지가 있었으면 해요. 책에 나온 말처럼 한 번 뿐인 인생,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어요.

 

이자상은 자신의 꿈인 전기수가 되었지만 전기수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고 나쁜 짓들을 일삼는다는 오해를 받아 유배를 가게 된답니다. 하지만 유배생활을 하면서 마냥 절망하지는 않았답니다. 다산 정약용이 힘든 유배지에서 엄청난 양의 책을 집필한 것처럼 이자상도 유배지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든답니다. 바로 "임경업전"이에요.

 

임경업이 누구냐고요? 조선시대 오랑캐에 끝까지 항거하였지만 모함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장수랍니다. 백성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던 임경업에 대한 이야기를 근거로 해서 이자상이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예요. 유배지에서 임경업전을 처음 시연하던 날, 사람들은 이자상이 지어낸 이야기에 감동 받고 마지막 임경업이 모함에 의해 죽는 순간, 꺼이꺼이 목 놓아 울기까지 했답니다. 얼마나 이자상의 이야기가 실감 났으면 그랬을까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은 이자상의 이야기가 끝나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요. " 이 이야기는 다신 하지 마슈. 이야기를 지은 사람의 운명은 이야기대로 된다우" 하고 말이죠.  그 할아버지는 이자상의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했던 거예요.

 

책이 정말 귀하던 시절, 책은 양반들의 전유물이고 민초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어요. 이야기에 목말라하던 민초들에게  전기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꿀처럼 달았을 거예요. 이 책은 이자상이라는 실제 전기수와 그 당시 있었던 전기수 담배 가게 살해 사건을 믹스하여 우리에게 그 시대 전기수들과 백성들의 삶을 들려준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전기수가 되어 보고 싶지 않나요? 친구들 모아 놓고 맛깔나게 옛이야기, 귀신 이야기, 슬픈 이야기, 웃긴 이야기 하나 들려주면 인기 짱일 듯해요. 다음 주면 한가위인데 온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 하나씩 주고 받는 것도 좋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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