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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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 배드민턴 강습이 있어서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도서실에 피서 겸 해서 들렀다.

지난 주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더니 금주는 아이들이 휴가에서 돌아왔는지 도서실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반 꼬맹이들도 몇 명 보여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림책이 잘 보이는 둥근 소파에 앉아 이런 저런 그림책들을 들쳐 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출간된 책으로서 궁금했던 책이었다.

 

서로를 마주하고 바라봐야 하는 인간-동물의 관계가

언젠가부터 지배-피지배 관계로 고착되었다.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모피 반대 운동도 꾸준히 펼치고

근래 들어 우리 나라에서도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란 말을 쓰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자유롭게 자신들의 터전으로 보내 주자는 운동들도 있기도 하지만

아직 대부분 인간들은 여전히 동물을 정복하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을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고

그 역시 동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든다.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훼손시켰는지도 깨닫게 한다.

자연의 복수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올 여름 유난히 긴 장마, 엄청난 폭염이 그 증거가 아닐까!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본문 중에서-

윗글보다 인간을 제대로 설명하는 글이 또 있을 수 있을까!

 

피조물의 한 부분인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한 컷 한 컷의 그림과 여백은 깊은 자성을 하게 해준다.

인간이 누리고 있는 "자유"를

다른 동물 또한 누리고 싶다는 것을 인간은 왜 모르는 척 하는 걸까!

다른 동물도 인간만큼 간절히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

 

알고 있니? 

"콘도르" 란 말은 잉카 말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앟는 자유' 란 뜻이래.

-본문 중에서-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고 난 후에는 전과 달라지지 않을까!

전처럼 동물원에 가자고 떼를 쓰지 않을 지도 모른다.

혹여 동물원에 가더라도

동물원 우리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앞으로 동물원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반려동물을 길러야 할지 말아야할지

모피를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육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혼미해질 지도 모른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 그림책이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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