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 세트 - 전5권
최호철 그림, 박태옥 글,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 돌베개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전태일"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렇게 철저히 남을 위하여 살다가 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의 삶과 그가 그토록 불쌍히 여겼던 어린 여공들의 삶을 보면서 적잖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연일 무더운 날씨 덕분에 다른 책들은 잘 읽히지가 않아 이번에 구매한 태일이 1-5권(3권은 빠짐)을 손에 잡았다.

폭염에는 만화책 읽기가 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정생 님이 말씀하신 "마음이 불편해지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조건으로 판단해 보면

이 책은 정말 좋은 만화책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좋은 만화책도 있음을 어른들이 알려줬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덮고 나서도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어린 시절들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잘 몰랐는데

만화에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아주 세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나니 그가 더 위대해 보인다.

똥 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지낸 태일이가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굶주리고, 핍박당하는 공장의 어린 여동생들을 위하여 분연히 일어서는 모습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감동적이고, 가슴이 먹먹해지게 만들었다.

자신도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이 변변치 않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못한 사람들을 결코 지나치지 않는 태일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늘 향학열에 불타 오르던 태일이.

평화시장  먼지 구덩이 속에서 차츰 병들어가는그 어린 여공들을 살려보겠다고

헌책방에서 구한 한자가 빼곡히 적힌 <근로기준법>을 마르고 닳도록 읽고

거기 적힌 대로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리저리 분주하던 태일이.

마지막 순간,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 주지 않는 그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향하여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근로기준법>책과 함께 불꽃이 되어버린 태일이를 보면서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 정말 힘들게 살았으면서도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살았던 태일이.

힘든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공부를 놓치 않았던 태일이.

주변 일에 눈 꼭 감으면 자신은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서 스스로 불꽃이 된 태일이의 삶을

어린이 스스로는 알기는 힘들기에 어른들이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다고 말이다.

지금 그나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들이 태일이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것을 안다면

어린이들도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자가 바로 훌륭한 인간이란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지난 번 책날개 연수 때 하종강 교수님께서

우리 나라 인문학 서적 중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책이 바로

<전태일 평전>이라고 하셨는데 만화를 보고나니 다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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