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강의자는 백화현 선생님과 하종강 교수님이셨다.
1강- 백화현 선생님- 도란도란 책 모임
지난 번 교육청에서 백 선생님의 강의를 한 번 받은 적이 있어서 내용은 대동소이하였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큰 아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려주셨다는 것이다.
큰 아들이 자신의 스승이 되었다는 말씀이 와 닿았다.
잘난 아이보다는 못난(?) 아이가 부모나 교사를 거듭나게 한다는 말씀이기도 하였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교육관이 마음에 와 박혔다
자존감을 높여주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나도 언젠가는 백 선생님처럼 가정 독서 모임이나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도란도란 책 모임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강- 하종강 교수-인문학의 필요성
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좁게 보지 않고, 넓게 보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인문학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에서 칼럼으로 만나보던 분을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설레었다.
59세 라는 나이보다 훨씬 동안이시고, 목소리도 정말 좋아서 집중이 절로 되었다.
노동운동가라는 선입견 때문에 말씀 톤이 강하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음으로 읊조리듯이 설명하시는 게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수님은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서 왜 인문학 공부가 필요한지 깨닫게 해 주셨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정착되었는데
국민들의 민주시민의식은 왜 이렇게 낮은지 우리 나라 근현대사를 보여주시면서 설명해 주실 때는
가슴이 콱콱 막혀 왔다.
우리 힘으로 끝까지 쟁취해낸 해방이 아니라 주어진 해방,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채 맞은 한국 전쟁,
친일파의 후손들이 대한민국의 고위 관직을 그대로 유지한채
지금에 이른 우리의 근현대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친일파 후손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비참하게 살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이런 대접을 받는 나라가 세상 천지 어디 있겠는가!
이런 비정상적인 근현대화 과정 때문에 민주 시민 의식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결과
지금 우리 나라는 경제대국 10위 안에 들면서도
행복지수는 최하위,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그런 나라가 되어 버렸다.
후반부에 뮤직 비디오 하나를 보여주셨다.
몇 년 전 가난한 두 남매가 부모님이 일 나가면서 문을 걸어잠그고 나가는 바람에
방에 화재가 났는데도 탈출하지 못하고 고대로 화염에 휩싸여 하늘 나라에 간 사건을 기억한다.
그 사건을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노래로 만들고 다른 이가 영상으로 만든 것을 보여주셨는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가난한 두 남매가 그렇게 하늘 나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폭넓게 보고, 그런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이 바로 인문학의 힘이라고 말이다.
하 교수님은 자신을 길에서 내려 온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방해가 되지 않고자 한다고 하셨다.
샤르트르가 말한 지식인이란
자신과 관계 없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불평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인문학이란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행복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사색하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강의 끝나고 쉬는 시간에 교재에 사인을 받았다.
책을 사서 읽은 후 받았어야 하는데 조금 죄송했다.
"희망을 버리지 말기를...." 이라고 써 주셨다.
지금 우리 나라가 이 모양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진보,복지)은 거역할 수 없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셨다.
어제 뉴스를 보니 안도현 시인께서 절필을 선언하셨다고 한다.
이런 세상에서 더 이상 시를 쓰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이게 지식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이웃, 사회, 나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촉을 세우며 정의로운 분노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