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재난청에서 공지가 뜬 가운데, 비를 뚫고 대학로에 갔다.

실로 몇 년 만에 와 본 대학로는 여기저기 많이 변해 있어서 결국 전화로 위치를 알아봤다.

뮤지컬 센터 뒷쪽에 위치한 "책읽는사회재단"에서 실시하는 이번 연수는 강사진이 정말 화려해서 꼭 듣고 싶은 연수였다.

 

1강은 성공회대 고병현 교수님의 책읽기와 삶의 변화

 

다양한 제스처와 입담으로 시종일관 즐겁게 해주시고, 무엇보다 강의 내용이 알찼다.

우리 삶에 왜 책 읽기가 필요한 것인지 다시금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왜 당신들은 아침 드라마를 보지 않고 이 비 속을 뚫고 이 자리에 와 있는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당신들은 이 자리에 온 것이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오래 시간 검증되어 온 것이 바로 책이며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해답도 책 안에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책 읽기는 결국 삶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번 연수를 통해 분명 전과는 변화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힘 주어 말씀하셨다.

신용복 교수의 "서삼독 書三讀 "을 인용하시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를 읽는 것이며, 작가를 읽는 것이며, 나 자신을 읽는 것이다

는 것임을 강조하셨다.

이 책은 인문학이 강조되는 요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며 추천해 주신 것이다.

교수님들이 노숙자들을 비롯해 사회 소외 계층들과 함께하는 독서회에서 읽을 만큼 어렵지 않으면서도 인문학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이라고 한다.

 

 

 

2강은 농부 시인 서정홍 님의 생명이야기.

 

콧수염에 개량 한복을 입으신 모습이 역시 시인의 포스가 느껴졌다. 지리산 한 자락 10가구 정도 사는 마을에 흙집을 짓고 귀농한지 9년이 되어간다고 하셨다. 농부이자 시인이시라는 이 분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내와 부부싸움 한 적도 없고,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인 적도 없다고 하신다. 부부는 귀농한다 치더라도 아이들은  그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는지,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셨는지 실로 궁금했는데 다른 분께서 질문을 해주셨다. 역시 그 아버지의 아들들답게 아이들도 바른 사람으로 잘 자라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잘 산다는 것이 여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대학 나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금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며, 한 몫을 담당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 할 때 시인은 정말 아들들을 훌륭하게 잘 키워내셨다. <간디>위인전을  감동 깊게 읽은 아이들이 정작 간디처럼 산다고 희망을 밝히면 지레 겁부터 먹게 되는 우리들에게 시인이나 시인의 아들들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게 보인다.

 

지리산 맑은 자락에서 시인과 할먼니들, 마을 공동체가 직접 유기농으로 가꾼 농산물들을 판매한다고 하여 잘 됐다 싶어 주문을 하였다. 그 귀한 송화(소나무 꽃)엑기스를 맛보게 되다니. 기회가 되면 시인이 산다는 황매산 자락에 온가족이 다녀가고 싶다. 언제든 전화 주면 빈 집을 빌려 주신다고 하셨다.

 

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설레고 그 만남들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시인의 말씀이 귀에 쟁쟁거린다.

농부시인이 들려주신 쿠바의 이야기와 우리 나라 농촌의 현실을 비교해 보니 암담하다. 농부시인처럼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여 귀농하는 30-40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나 70%이상인 농민인 쿠바에 비해 우리 나라는 고작 6.4%만 농민이라고 하니 식량문제가 대두될 날도 머지 않을 듯하다.

 

 

 

 

 

 

 

 

 

 

 

 

 

 

 

 

 

 

 

 

 

 

 

 

 

 

 

 

 

 

 

 

좋은 출판사들하고만 작업을 하신다는 주관이 뚜렷하신 농부시인의 책들이다. 꽤 많은 책들이 있어서 아직 내가 모르는 작가와 책들이 많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시가 여러 편 실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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