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교 화단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기회가 닿으면 우리 집에도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자는 것에 온가족이 합의를 본 상태이긴 하였지만

막상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기까지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세 마리를 하룻밤 우리 집에서 돌보면서 수퍼남매가 유난히 좋아하는 삼색이(세 가지 색깔이 들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함)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서도 또 망설이게 되었다.

마음이 수시로 바뀌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새끼 고양이들의 주인처럼 버릴 거면 아예 처음부터 키우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려 동물을 들인다는 것은 아이를 입앙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아무래도 입양을 하고나면 내 일이 늘어날 게 분명해서 결심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경제적인 것도 무시 못하고 말이다.

애들은 이뻐하기만 하지 목욕을 시키겠나 응가를 치우겠나?

다른 형제들이 다 입양되고 나서 마지막까지 남은 두 마리는 삼색이와 까망이였다.

지난 목요일 오후,그 아이들은 처음에 발견된 화단에 다시 놓여져 있었고

퇴근길에 그걸 본 수퍼남매는 삼색이를 데려가자고 하였지만

혼자 남겨질 까망이를 생각하니 그건 너무 잔인한 짓 같아 둘이서 서로 의지라도 하게 그냥 놔두자고 하였다.

두 마리 모두 입양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서도

우리가 두 마리를 다 키우기에는 여력이 부족해서...

 

그리고 몇 시간 후, 다시 삼색이라도 데려오자고 결정을 하여 학교에 가봤지만

학교 화단에는 이미 고양이 새끼들을 담아 놓은 박스가 사라진 후였다.

이제 두 번 다신 삼색이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에 아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마지막으로 고양이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5학년 선생님께 카톡으로 알려드리니

5학년 아이들이 화단에 버려진 그 아이들을 다시 교실로 데려와서 선생님이 데리고 있다는 답신이 왔다.

삼색이가 우리 가족이 될 운명이었나 보다.

선생님이 우리 아파트 주차장까지 오셔서 삼색이를 넘겨 주고 가셨다.

혼자 남은 까망이는 다행스럽게도 다음 날, 5학년 아이가 입양해 갔다고 한다.

 

셋이 있을 때는 까불거리고 잘 놀던 오니(삼색이의 이름)도 혼자 입양되고 낯선 환경에 오니,

굉장히 예민해져서 놀지도 먹지도 않고 컴컴하고 구서진 곳에 웅크리고 있으면서 우리 가족을 향해 "캭캭"거렸다.

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새 오니가 마음 고생이 심했나 보다.

입양된 고양이들은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데 일 주일 정도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어제는 검진을 받으러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다행히 건강하다고 하고, 구충제를 발라 주셨다.

3-4일 지켜본 후 예방접종을 하러 오라고 하셨다.

사료도 사왔는데 아직 고양이 용품을 장만하지 못했다.

배변 모래를 빨리 장만해야 하는데....

한 번은 소파에다, 둘째 날은 오니 잘 자라고 컴컴하게 덮어주는 이불에다 , 어제는 박스에다 했다.

고양이는 청결한 동물이라서 배변을 하고 나서 덮으려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들이 응가하고 나서 모래로 덮던 것이 생각났다.

 

입양한 첫 날은 하도 안 먹어서 걱정되었는데 수의사에게 물어보니

고양이들은 예민해서 4일 동안 아무 것도 안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오니는 빨리 적응한 편이다.

밥도 잘 먹고, 응가도 잘하고, 이제 가족 앞에 얼굴만 내보이면 되는데...

낮에는 잠만 자고

밤만 되면 이 방 저 방을 탐색하며 " 야옹야옹" 해대서 밤잠을 못 잤다.

정말 돌 안 된 갓난아기를 키우는 기분이다.

그래도

"오니야, 오니야" 하는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야옹" 대답하거나 내 냄새를 맡고 내가 있는 방을 찾아오는 걸 보면 신기하다.

오니가 우리 가족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제는 아들이 오니를 위해 그림을 그려 주겠다고 하였다.

오니가 프린터 위에 숨어서

아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빤히 쳐다보는데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게 이렇게 아이 정서에 좋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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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6-3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을 키우는 것고 보통 일이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좋은 경험이 될 듯...
<길고양이 카니> 이 책을 보면 고양이 키우기에 도움이 될거에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5248376

수퍼남매맘 2013-07-01 14:12   좋아요 0 | URL
고양이 관련책이 집에 한 권 있는데 그 책도 정독하고,
님이 추천해 주신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고양이의 습성과 맘을 잘 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