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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크는 인문학 1 : 공부 - 공부하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은 없을까? ㅣ 생각이 크는 인문학 1
김윤경 지음, 이진아 그림 / 을파소 / 2013년 4월
평점 :
살면서 참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인문학 분야이다. 남편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내가 무식하구나! 를 자주 느끼곤 하는데 그 무식의 경계선이 인문학이다. 사문철(역사, 문학, 철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문학 관련 서적을 읽거나 강의를 들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남편이 늘어놓는 인문학 관련 지식들을 들을 때면 가슴이 팍팍 막히며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남편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지금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려니 늦은 것도 같고,막상 공부하자니 어렵기도 하여 여전히 미루고만 있을 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책이 나와서 관심이 갔다. 나는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없어 지금 이 모양이지만 수퍼남매에게는 일찍부터 인문학을 접하게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일단 인문학의 문외한이 나부터 먼저 읽어 봤다. 인문학이 중요한지 알면서도 나는 인문학과 너무 멀게 살아왔다. 변명을 말해 보자면 인문학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학창 시절에 인문학을 재밌게 가르쳐 준 사람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마이클 센댈이나 강신주 교수처럼 철학을 재밌게 가르쳐주는 분이 모교에 있었더라면 철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더 거슬러 올라가 청소년기에 이런 책을 접했다면, 주변 사람들 중에서 인문학을 재밌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선생님 중에 " 공부는 왜 하는 것인가?" 하고 심각하게 물어봐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이 책은 내가 아쉬워하는 그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 준다. 먼저 " 왜 공부를 하는가?" 부터 물어보며 공부란 무엇인가부터 해서 공부를 하는 이유, 공부의 목표 등을 생각하게 해 준다. 나도 그렇지만 요즘 학생들 중에 왜 공부를 하는가? 자문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아이들은 생각 없이 공부하는 이유도 모른 채 기계처럼 공부한다. 부모가 하라니까, 사회가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고 하니까 무작정 하고 있다. 대한민국 학생 중에서 공부가 즐거워서 하는 학생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공부는 본인이 원해서 즐거워서 해야 효과가 큰데 말이다.
얼마 전 우리 반 꼬맹이가 열이 펄펄 나는데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엄마가 만류를 해도 학교를 나온 일이 있다. 내가 보기에도 얼굴이 퉁퉁 부어 굉장히 아파 보이는데 조퇴도 하지 않고 5교시 내내 공부를 하였다. 물론 그 아이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은 공부를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그 아이를 보면서 저학년 때는 공부를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를 지겨워하고, 싫어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어느 정도 답이 보인다.
대한민국은 아이들에게 뭘 시키기 전에 왜 그것부터 하는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학교도 그렇고,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할까? 왜 독서를 해야 할까? 왜 일기를 써야 할까? 아이들이 스스로 묻고 대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시작한 공부는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고, 조금만 어려운 고비가 오면 포기해 버리게 된다. 공부하는 목표 또한 저급하다. 성공하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남보다 나은 자리에 서기 위해서 등등. 한 마디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부류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그런 목표 설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인문학이 필요하다. "배 부른 돼지보다 배 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