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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 로커 외길인생 김경호가 전하는 생을 건너는 법
김경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긴 생머리, 하얗고 투명한 피부, 짝 달라붙는 바지, 3-4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대를 가진 국민 언니 로커 김경호 씨. 내가 김경호 씨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이 아니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대를 휘어잡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보기보다 굉장히 수줍어하는 모습에 그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나가수를 하는 동안 그가 보여준 무대들은 매번 그가 팔색조임을 알려 주었고, 중간 중간에 하는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보다 많은 시련과 방황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김경호와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 얼마 전에는 댄싱 위드 더 스타에 나오는 걸 보고, 다양한 도전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호감도가 급 커졌다.
그러다 우연히 그가 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니 그가 참 강하고 바른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노래를 할 때 보여주던 카리스마와 열정 말고도 그에게 진한 아픔이 있었고, 힘든 시기가 여러 번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가 있었음을 알았다. 무엇보다 록을 고집하면서 다른 것들(마약, 여자 등)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가족들의 사랑을 져버리지 않는 김경호씨의 올곧은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록 난 김경호씨의 팬도 아니고 다만 그가 40년 동안 걸어온 인생길을 잠깐 들여다본 한 사람의 독자이긴 하지만 이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그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로 인품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유상종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의 주변에 "황이사"라는 사람이 줄곧 남아 있는 걸로 봐서 김경호씨는 의리가 있고, 양심이 있으며, 꿈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한 때 잘 나가던 그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갈 때 자신과 황이사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영화 <라디오 스타>를 수십 번이나 봤다는 대목에서 얼마나 그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의 곁에 충직한 황이사가 있어서 절망의 시기를 견뎌낼 수 있지 않았나 싶고.. 그건 반대로 김경호란 사람이 꽤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황이사 또한 아무 것도 희망할 수 없던 그런 상황에서도 김경호를 믿고 옆을 지켜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지 않아 가족 이하 의료진 모두 죽은 걸로 알았다는 김경호 씨, 어릴 때부터 많이 유약하고, 얼굴이 유독 하얗고 몸이 가늘어서 왕따와 폭력에 시달렸지만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이겨내고, 부부 아나운서인 부모님 덕으로 좀 더 쉽고 편한 길로 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가수의 꿈을 이뤄낸 것만 봐도 그는 참 생각이 깊고 강인한 사람인 것 같다. 거기다 고등학생 때 발병한 소간질, 재기를 꿈 꿀 때 찾아온 또 다른 희귀병까지 결코 평탄하지 않은 인생길이었지만 그는 어느 한 순간도 자신의 길을 멈추지 않았다.
희귀병으로 다리 수술을 하고 나서 무대에 다시 설 날만 기다리고 있을 때 나가수를 보면서 내가 꼭 저 무대에 설 거야 라는 의지로 준비를 했단다. 그래서 그가 나가수 무대에서 그렇게 다양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준비된 나가수 멤버였던 셈이지. 나에게 언제 저런 기회가 올까 생각만으로 그쳤다면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을 테다. 꿈 꾸는 동안 열심히 무대에 설 날을 기약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했기에 나가수 무대가 주어졌을 때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셈이다. 얼마 전 새로운 앨범을 내 놓아 가왕의 면모를 보여 준 조용필 씨와의 에피소드는 힘들 때 손 내밀어 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었다. 나가수에서 조용필 씨가 나왔을 때 왜 그리 김경호 씨가 어려워했던지 책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하나 더, 자신은 어디까지나 로커일 뿐 치킨 집을 하거나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말 또한 그가 얼마나 로커이기를 희망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경호 씨를 보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40이 넘은 아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고 언제나 편이 되어주며 힘들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그의 부모님을 보면서 부모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의 말처럼 또 다른 시련이 닥칠지라도 스스로 멈추지 않는 한 길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