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아이들과 함께 학부모님, 동료, 교감, 교장님 모셔 놓고 공개 수업을 하였다.

날씨가 많이 무더웠지만

다행히 에어컨도 가동시켜 주셨고

아이들은 점심 시간까지 조용히 만화 영화를 잘 보고 있었다.

 

수업 시작 5분 전 주변을 둘러 보니

학부모님 좌석이 몇 군데 비어 있었다.

1학년 아이들은 부모님이 안 오시면 굉장히 실망하는데

아이들은 유치원 때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지 끝까지 씩씩하게 수업을 잘했다.

 

어찌 되었건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수업을 시작하였는데

가장 걱정스럽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엄마가 오시지 않은 @@가 계속 과잉행동을 하여 수업의 맥을 끟는 거였다.

아까 점심 시간까지는 얌전히 잘 있더니

갑자기 돌변하여 이런 저런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걱정이 그대로 실제 상황으로 벌어진 것이다.

 

순간 이 아이를 여러 학부모님 앞에서 제재를 해야 하나

아님 모른 척 해야 하나 갈등하였지만

수업의 진행을 위해서 그 아이에게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그 정도까지 안 가는데

그 아이도 엄마가 오시지 않으니 심리적으로 불안했던가 보다.

 

저학년 수업이 예측불가인 이유는

아무리 교사가 많은 준비를 하였다고 하여도

이렇게 한 두 명이 돌발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수업의 흐름이 끊겨

매끄러운 진행이 어렵게 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아침까지 그렇게 발표를 잘하던 아이들이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평소에 발표를 잘하던 아이들은

공개수업도 평소 수업처럼 여기고 발표를 잘하는데

몇 명의 어린이들은

부모님이 보시니 더 부담이 되었던지 거수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수를 안 하는데 억지로 발표를 시킬 수도 없고 말이다.

저학년 부모들은 자녀가 발표를 하나 안 하나만 기다리면서 수업을 지켜보는데 말이다.

모두 다 발표를 시킨다는 내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다.

 

@@의 돌발행동과

부담이 되어 발표를 못 한 어린이 빼고는

그래도 수업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긴 하였다.

마무리 시간이 조금 모자라긴 하였다.

욕심을 버렸는데도 여전히 시간이 모자라는 건 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뜻인가 보다 싶다.

 

나도 그렇고 선배들도 그렇게 말씀하신다.

갈수록 수업이 어려워진다고.

새내기일 때는 멋모르게 수업을 하다가도

이제 경력이 쌓일만큼 쌓이니 더 수업이 어렵게 느껴진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가지는 듯싶다.

어떤 아이는 부모가 지켜보기에 더 용기를 내어 손을 드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아이는 더 부담감을 느껴 손을 못 드는 경우가 있다.

공개수업이 지나고 다다음날

그 아이들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발표를 잘하는 걸 보니 안타깝다.

그러길래

부모님이 지켜보실 때 손 번쩍 들고 큰소리로 발표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어쩌겠나?

발표를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소심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 못하는 아이도 있는 법.

부모나 교사는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야 되지 않나 싶다.

 

이번 공개수업은 아래 책을 가지고 책을 함께 읽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형제자매에게 칭찬 카드를 써 보는 활동으로 계획했었다. 마지막에 형제 자매에게 칭찬 카드를 써 보라고 하니 많이 쓴 아이는 12개를 적어 온 아이도 있었다. 짱짱이가 동생을 칭찬한 8개보다 4개를 더 썼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가장 재미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제 내지는 교훈을 말해 보는 질문을 던졌는데

1학년 답게

" 동생을 팔지 말라는 것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여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반 아이들이 첫째들이 많아서 짱짱이와 같은 경험을 했으리란 예상에서였다.

그런데 자기 경험을 말하지 않아 좀 애를 먹었다. ㅋㅋㅋ

 

아이들 책에 관심을 가지고나서부터

공개수업은 매번 책과 관련된 수업을 하고 있다.

<돼지책><종이봉지 공주><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다른 공개수업은 뭘 했는지 지나고 나면 기억이 안 나는데

책 관련 수업은 이렇게 책 제목까지 기억이 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과 참 즐겁게 수업을 했던 것 같다.

<돼지책>과 <종이봉지공주>는 역할극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좋은 수업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시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

발문과 발표도 중요하고,

좋은 수업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책으로 공개수업을 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책이야말로 교사와 학생이 소통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매개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참관오신 학부모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어서이다.

학부모들도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통해서 소통하길 말이다.

 

교직 경력 20년에 들어섰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업이 힘들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단순히 지식을 전해 주는 수업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수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먼 훗날 이 꼬맹이들이

국어, 수학을 가르치던 내 모습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책을 읽어 주던 내 모습은 기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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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9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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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9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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