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이었다.
동시가 나와서 함께 박목월 시인의
<아기의 대답>를 낭송하였다.
동시가 나온 김에 교실에 있는 시집 중의 한 권을 골라 읽어줬다.
바로 <넉 점 반>이다.
이미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이게 시였다는 것은 오늘 새롭게 알았나 보다.
엄마 심부름으로 가게에 가서 시방 몇 시인줄 알아 오라는 심부름을 간 아이가
" 넉 점 반" 이라는 구멍 가게 할아버지의 대답을 듣고
열심히 " 넉 점 반"을 왼다.
하지만
집에 오는 길에 여러 가지 것들이 이 아이의 맘을 사로 잡는다.
닭을 구경하느라
개미를 구경하느라
잠자리를 구경하느라
분꽃을 구경하느라
해는 벌써 꼴깍 넘어가고....
집에 와 보니 가족들은 벌써 저녁을 먹고 있다.
여전히 그 아이의 입에서는
" 넉 점 반" 이란 대답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왜 윤석중 시인은 이 시를 지었을까 물어 보자
다들 눈을 딴 데로 돌린다.
그 중 한 명이 내 맘에 쏙 드는 대답을 한다.
" 자연을 사랑하라는 거예요"
라고 말이다.
그 아이를 왕창 칭찬해 줬다.
그래,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간을 알아오는 것도 중요하고
한참을 놀다와서 엄마한테 꾸지람도 받겠지만서도.....
이렇게 자연을 친구 삼아
닭과도 이야기 나누고
개미와도 이야기 나누고
잠자리와도 이야기 나누고
분꽃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사람들로 자라주길 바란다.
강낭콩 화분에서 새싹이 나오자
쉬는 시간마다 들러 붙어서 강낭콩과 대화하는 너희들이 모습이 참 이쁘구나!
자주자주 가서 예쁜 말, 고운 말을 많이 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