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스승의 날이 생겨났다고 한다.

몇 해 전부터 스승의 날 가지고 갑론을박이 많아진 듯하다.

2월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고, 일각에서는 아예 없애버리자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여 어떤 학교는 재량 휴업일로 쉬기도 하고,

학교에 나오더라도 기념식 없이 지나가기도 하고,

일체의 편지, 꽃다발, 선물을 가져 오지 말라고 통신문을 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양상들로 하루를 보낸다.

그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교사들은

가장 보람되고 기뻐야할 이 날이, 슬픈 날이 된 것도 사실이다.

 

본교에서는 오늘

아침방송으로 스승의 날 기념식을 하였다.

전교회장단 어린이들이

교장님, 교감님, 수석교사님께 직접 손으로 만든 종이꽃을 달아드리는 행사를 하고

각 교실에서도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께 꽃을 달아드리는 기념식을 하였다.

(어제 딸과 함께 교장 선생님께 달아드릴 꽃을 만드느라 좀 고생을 했다. 역시 사는 게 빠르고 간편하고, 만드는 것은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걸 깨달았다. )

 

본교 교장님은 8월에 정년퇴임을 하신다.

난 작년에 본교에 부임하였는데

스승의 날에 교장님께서 직접 진두지휘를 하시며 교사들을 위한 행사를 하시는 것을 지켜 보면서 참 존경스러웠다.

동료 교사 모두 이구동성으로

교장님께서 직접 원로교사들을 챙겨 주시고, 천대 받는 스승의 날을 자축하는 행사를 개최해 주시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8월이면 학교를 떠나 제 2의 인생을 살아가실 교장님께서는

올해 마지막 스승의 날을 풍성하게 챙겨 주셨다.

어쩌다 보니 기쁘고 보람되기 보다 꺼려지고, 부담스럽고, 천대받는 스승의 날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끼리라도 서로 격려하고 축하해주자는 의미라고 하셨다.

같은 학교에 몸담고 있는 동료 교사이지만

고경력의 선배 교사님들은 35년 이상 외길을 올곧게 걸어오신 것을 축하해 드리고,

저경력 교사들은 그런 선배 교사들을 보면서 앞으로 더 좋은 교사가 되기를 결심하는 자리를 가져보자는 취지라고 하신다.

 

오늘도 교장님이 손수 준비하신 포도주를 고경력 교사들에게  선물로 주시고,

모든 교사들에게도 앙증맞은 선물(양갱과 초콜릿)을 주셨다.

올해 첫 스승의 날을 맞은 초임교사에게는 따로 선물을 주셨다.

작년에는 초임교사가 없었는데 올해는 초임 발령자가 있어서 이게 작년과 달라진 점이었다.

이제 교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후배에게 교장님이 직접 손글씨로 써내려간 편지와 선물,

초임교사의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와 선물을 보고 행사장에 있는 교사들 모두 감동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빅3의 축하이벤트였다.

교장님, 교감님, 수석님께서 언제 준비하셨는지 멋진 노래를 선물로 주셨다.

여교장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두 남자분의 멋진 하모니로 "향수"를 불러 주셨다.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앵콜"이 터져 나왔다.

무게 잡고, 권위를 내세우시는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스승의 날 이 더 속상한 후배 교사들을 위해 먼저 축하 행사를 펼쳐 주시고,

멋진 깜짝 이벤트까지 마련해 주신 우리 교장님, 교감님, 수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세 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멋진 선배교사가 되어야겠구나 다짐을 해 봤다.

 

스승의 날이 쉬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담 교장님이 본교를 떠나시더라도

남아 있는 우리끼리 서로 토닥토닥이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아이들, 각박해지는 세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교단에 섰던 그 초심을 회고해 보며,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교사가 되기를 결심하는 그런 날로 보낼 것을 다짐해 본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 속에 선생님이 등장하는 책들을 모아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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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5-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들 스스로 당당하게 자축하고 축하받는 스승의날이 되어야지요.
교장샘이 멋지시네요~~~

수퍼남매맘 2013-05-17 12:05   좋아요 0 | URL
교장님 덕분에 작년과 올해 뜻깊은 스승의 날을 보냈어요.
선배 교사님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외길을 올곧게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