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장소
패트리샤 맥키삭 글, 제리 핑크니 그림,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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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흑인 소녀가 널다란 모자를 눌러 쓰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특별한 장소를 가길래 소녀는 이토록 들뜬 기분으로 환하게 웃고 있을까!

 

   트리샤 앤은 오늘 할머니와 함께가 아닌, 혼자서 특별한 장소를 가기로 마음 먹는다. 읽는 내내 소녀가 혼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편견과 인종 차별, 두려움을 견뎌내면서까지 가고자 하는 그 곳이 어디일까 무지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 혼자서 그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착한 곳이 어떤 곳인 줄 알게 되었을 때 난 이 책의 반전에 깜빡 속았구나 하면서도 한 편으론 이 멋진  반전을 보여준 작가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었다. "특별한 장소"라 하면 나 같이 범상한 인물들은 연상할 장소가 얼마 되지 않다. 하여 소녀가 말하는 특별한 그 곳이 내 예상  밖의 장소란 걸 알게 되었을 때 가슴이 지릿지릿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그림책에서도 이렇게 멋진 반전이 나올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내가 너무 설레발을 실망이 커질 수도 있으므로 반전 이야기는 이 정도로 끝맺도록 하겠다.

 

   이 책의 배경은 1950년대 경이다. 그 당시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버스에는 흑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수돗가도 백인과 흑인이 따로 사용하였으며, 흑인은 발코니 뒷좌석에서만 관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불과 60여년 전인데도, 그것도 미국에서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다니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는 앞선 이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이뤄진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여 주인공 트리샤 앤은 혼자서 거주지를 벗어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혹독한 인종차별을 견딜 만한 내공이 쌓이지 않는 한 흑인 가정에서는 어린 자녀를 혼자 외출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서 특별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는 그 자체가 소녀에게는 대단한 용기였음을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특별한 장소가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소녀는 용기를 내서, 수많은 두려움과 맞서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중간에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었을 때 항상 그녀 곁에서 용기를 북돋워주던 프란시스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해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던가! 할머니의 격려가 없었다면 소녀는 특별한 장소에 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프란시스 할머니의 말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넌 이 세상 누구보다 잘나거나 못나지 않은 한 사람의 소중한 인간이란다.

"특별한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야.

하지만 포기할 생각을 해서는 안 돼.

그 곳을 향해 쭉 걸어가야 해.

그러면 꼭 그 곳에 다다를 수 있거든.

 

   트리샤 앤이 할머니의 이 말씀을 기억해내어 포기하지 않고 가던 길을 쭉 가서 특별한 그 곳에 도착하였듯이 수퍼남매와 나의 학생들도 힘든 고비마다 이 말을 기억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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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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