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울 반 꼬마 한 명이 올챙이가 가득 들어 있는 채집통 하나를 가져 왔다.

언젠가 그 꼬마가 자기가 어디선가 올챙이를 많이 잡았는데 교실에 가져와도 되냐고 묻길래

그러렴하고 했더니 진짜 가져 온 것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올챙이가 들어 있는 채집통에 모여 들어 올챙이들을 움직이게 하느라고 야단이 났다.

" 얘들아, 올챙이들 움직이게 하려고 자꾸 톡톡 상자를 건드리면 올챙이들이 스트레스 받으니까

그냥 눈으로만 보세요" 해도 소용이 없다.

쉬는 시간마다 올챙이 앞으로 몰려 가서 올챙이들이 뭐하나 관찰을 해댔다.

올챙이 주인은 채집통을 그냥 교실에 놔두고 갔다.

그런데 꼬마가 먹이는 가져오지 않은 상황에서 3일 연휴가 시작 되는 거다.

3일 내내 교실에 먹이도 없이 그냥 놔두면 굶어 죽을 텐데....

듣자 하니 배고프면 지네들끼리 잡아 먹는다고 한다.

그런 동족상잔의 비극은 막아야지. 암 그렇고 말고.

 

수퍼남매와 의논 끝에 집에서 돌보기로 하였다.

집에 채집통을 갖다 놓고

인터넷으로 올챙이 먹이를 검색해 봤다.

밥풀도 먹고, 계란 노른자 으깬 것도 먹는다고 한다.

일단 밥풀 2알을 떨어뜨려 줬더니 근처에 가지도 않는다.

밤에 아이들 간식 겸 계란을 삶아 노란 자를 약간 으깨서 넣어 줬더니 그것도 본 체 만 체....

엥? 왜 안 먹지? 이러다 굶어 죽는 거 아니야? 슬슬 걱정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밥풀도 노른자도 다 없어졌다.

이 녀석들이 안 먹는 척 하더니 밤새 다 먹은 거였다.

어제는 아무 것도 안 줬다.

너무 많이 먹으면 똥을 많이 싸고, 그러면 물을 갈아 줘야 하는데

물 갈아 주다 적응 못해 다 죽을까 봐 겁이 나서 말이다. (전에 금붕어를 그렇게 만든 경험이 있다.)

오늘 오후 밥풀 몇 알을 떨어뜨려 줬더니 이제는 눈치 안 보고 달라붙어서 먹는다.

이제 내일 다시 교실로 가져가면 된다.

 

졸지에 3일 내내 올챙이 돌보미가 되었다.

수퍼남매도 올챙이는 길러 본 적이 없어서인지 신기해했다.

예전 3학년 과학 교과서에 배추 흰나비 애벌레와 올챙이 기르는 게 있었는데

딸은 배추 흰나비 애벌레는 교실에서 길러봤는데 올챙이는 길러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전에 내가 3학년 담임 할 때는

올챙이를 교육청에서 배급 받아 각 교실에서 길렀었다.

뒷다리 나오고, 앞다리 나오고, 꼬리가 없어지고, 개구리가 되는 것까지 아이들이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 올챙이들은 주인에게 다시 집으로 가져가라고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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