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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사찰 음식 -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과 맛을 나누는 따뜻하고 정갈한 사찰 음식 레시피
홍승스님.전효원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잘못하고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요리이다.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어쩌면 저리도 요리를 잘할까 싶다. 요리를 즐겨 하지 못하는 아내와 엄마를 둔 가족들에게는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내가 해 준 음식을 맛있다고 먹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남편 입맛이 까다로와야 아내 요리솜씨가 일취월장한다는데 남편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것도 내 요리 솜씨가 발전하지 못한 데 한 몫을 하였다. 그건 어디까지 핑계이고 맛있는 것 먹는 것은 좋아하는데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건 우리 친정 어머니의 영향도 크다. 보통 친정 엄마가 요리 솜씨가 좋으면 딸들이 요리를 잘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것도 핑계인가?

 

그나마 내가 자랑할 만한 것은 일 년에 1-2회를 빼고는 가족들 아침밥을 꼭 챙겨 먹인다는 것이다. 1-2회는 나도 모르게 알람을 꺼버려서 늦잠을 잔 날이다. 나부터가 아침밥을 먹어야 힘을 쓰는 스타일이라서 우리 집은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다. 빵으로 대체를 해 본 적도 있는데 도저히 내가 니끼해서 못 견뎌 다시 밥으로 바꿨다. 요리를 못하는 탓에 식재료라도 친환경적인 것으로 써야겠다 싶어 몇 해 전부터 쌀부터 유기농으로 바꾸고, 웬만한 식재료들은 유기농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요리 못하는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장기적으로 토양을 위한다면 지금 당장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을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시중에 파는 먹거리를 보면 유해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서 최대한 그런 것들은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잘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 바쁘거나 요리 하기 싫으면 라면, 피자, 치킨 등을 시켜 먹기 때문이다. 요즘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방사능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재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방사능 때문에 수산물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니 더 요리할 게 없어서 진짜 고역이다.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초밥도 먹지 못 하고.... 음식을 통해 방사능이 몸으로 들어가면 뼈에 그대로 달라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방사능 검사를 하여 검출이 되지 않은 제품을 먹이려고 노력 중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텐데 걱정이 많이 된다. 

 

요리를 못하는 내가 제일 부러워하며 봤던 영화가 바로 <화양연화>이다. 거기서 장만옥과 양조위가 매일 매식을 하는 걸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 지인 중에는 온 가족이 매식을 하는 분이 계시다.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한 끼를 차리는데 드는 노동력이나 생산성을 고려해 보건데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매식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여 매번 매식을 하신다고 한다. 그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 두번이 아니라 매번 매식을 하다니....그런데 나도 언제부턴가 매식 문화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한 끼를 차리는데 드는 노동력은 정말 돈으로 계산이 안 된다. 가끔 시어머니를 보면서 어쩜 그렇게 평생을 세 끼를 차리실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났다. 난 방학 때 아이들 때문에 세 끼를 차려야 할 때 정말 짜증이 많이 났었는데.....어떤 때는 캡슐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고 고르게 영양이 보급되는 신약이 개발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나 어릴 때는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밥 안 먹고, 캡슐 먹고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캡슐만 먹게 된다면 많은 즐거움을 잃어버릴 것 같다. 음식은 만드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나누는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캡슐을 먹게 된다면 그런 모든 종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을 테지. 아! 씹을 일이 없어져서 이가 퇴화될 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오순도순 먹는 장면이 생각난다. 특별한 것도 아닌데 내가 만든 요리를  " 아! 맛있다" 해 주던 가족들의 감탄사가 기억난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지만 오늘도 많은 이들이 가족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요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전달해 주는 전령사인 듯하다. 

 

연잎 영양밥이다.

 

 

신혼초에는 여러 가지 음식에 도전해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늘 해 먹는 음식만 해 먹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주 아이들이 이가 썩은 걸 보고 나물 음식을 많이 해 줘야겠다고 다짐하였건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이 나물 분야이다. 장 보러 갔다가 "유채"라는 특이한 이름의 나물이 있어 사왔다. 오늘에서야 점심에 된장, 마늘, 파, 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먹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봄도 되었으니 나물들이 많이 나올 텐데 몸에 좋다는 나물을 자주 해 보도록 해야지.

 

이 책에 보니 스님들은 음식을 약이라고 여기고 드셨다고 한다.  스님들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는 규칙적인 식생활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공기 좋은 산 속에 있는 사찰에서 신토불이 음식을 규칙적으로 드시니 당연히 건강하실 수 밖에....반면 우리네들은 공기 안 좋은 아파트에 사는데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 강한 조미료, 육식 위주의 식단, 외식까지... 참 대조적이다. 근래 들어 사찰 음식들이 왜 현대인들에게 사랑받을까 그 해답이 보였다. 우리나라 토양에서 자란 신토불이 식재료에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가득한 사찰 음식은 외식과 매식 등 강한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전통적인 우리 나라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거기다 "오신채"라는 자극성 강한 다섯 가지 채소는 넣지 않는다고 한다. 사찰과는 멀리 지내던 터라 오신채가 궁금하여 찾아 보니 마늘, 달래, 무릇, 김장파, 실파를 이른다고 한다. 마늘이 들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나라 음식에 마늘이 거의 빠지지 않는데 사찰 음식에는 전혀 마늘이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맛을 낼까 궁금하였다. 그야말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찰 음식에서는 육수 대신 다시마와 표고 버섯을 우려낸 채수를 쓰는 걸 알게 되었다. 좀 생경한 낱말들이 간혹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였다. 솔직히 사찰 음식을 먹어 본 적은 없다. 요즘 temple stay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종교를 떠나서 아이들과 함께 기회가 되면 절에 머무르면서 수양도 하고, 절밥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속가에서는 전혀 음식으로 만들어 먹지 않던 재료 가지고 요리를 한 것들이었다. 이런 재료들로도 음식을 하다니 놀라웠다. 거기다 요즘 환절기라서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감기탕 끓이는 법까지 들어 있어서 반가웠다. 한 번 끓여 봐야겠다.  그리고 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할 때 외던 오관게는 아이들에게 꼭 알려 주고 함께 외고 싶은 구절이다. 매일 급식 때 남는 음식을 보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 오관게 속에 스님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다 들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단순한 허기를 채운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음식이 내 몸에 약이 된다 생각하고, 이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땀이 있었음을 알면 지금보다  음식 쓰레기도 많이 감소할 거란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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