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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쉽다! 4 : 나라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 우리나라의 복지 이야기 ㅣ 사회는 쉽다! 4
김서윤 지음, 정은영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가장 비인기 과목 중의 하나인 사회. 그 이유는 일단 외우기가 너무 귀찮다. 모르는 낱말들이 많이 나온다.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등등을 들 수 있겠다. 아무튼 고학년을 맡다 보면 그래도 다른 과목들은 호불호라도 나뉘는데 사회 과목은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관심 조차 가지지 않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사회를 흥미로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하였다.
그런데 작년 비룡소 출판사에서 <사회는 쉽다>시리즈가 발간되는 것을 보고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4권을 만나보게 되었다. 1-3권은 읽어보지 못해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4권 정도의 내용이 들어있다면 어린이들이 "아! 사회도 알고 보니 쉽네!" 라고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결국 <사회>라는 과목은 어린이들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사회 교과를 배움으로 인하여 어린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감당하고 나아가 민주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사회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4권 <나라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고?>는 몇 해 전부터 불거져 나온 <복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참 유익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친절한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본문 내용, 어려운 낱말 풀이, 마지막으로 퀴즈까지 넣어서 아이들이 사회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놓았다.
본문
낱말풀이
퀴즈
먼저 이 책은 복지가 없는 나라를 상상해 보라고 한다. 지금 당장 복지가 다 사라진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 상황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로 보여 준다.
칼질을 하다 손이 벤 아버지는 병원에 갈 수가 없어 집에서 엄마가 의사 대신 꿰매주고, 약국에서는 <셀프수술도구>를 파는가 하면, 복지가 사라지자 가난한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가 없으며, 선생님은 아이를 업은 채로 수업을 하신다. 너무 비약한 게 아니냐고? 아니다. 실제로 지금 내게 주어졌던 모든 복지의 혜택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이런 엄청난 재앙이 닥쳐오게 된다. 의료비가 터무니 없이 비싸 병원에 갈 수 없어 자가 수술을 해야 하고, 가난한 아이들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며, 실업 수당도 없고, 노인 수당도 사라지게 되며, 어린이집 교육비가 올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엄마는 직장에 출근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이렇듯 복지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한마디로 지옥같은 세상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담 복지란 무엇인가?
"복지"란 한자로 보다시피 "복"자가 두 번 반복된 <행복한 삶>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 혼자 행복한 삶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없다. 나는 행복하지만 내 가족 중의 한 명이, 내 이웃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면 내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따라서 국가에서는 국민 전체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복지>를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우리나라도 예전까지는 복지에 큰 관심이 없었고, 복지는 저기 먼 북유럽에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복지 때문에 나라 살림이 망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대통령 선거에, 국회의원 선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공약이 바로 <복지>이다. 그만큼 이제 대세는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복지가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게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 바로 의무 급식이다. 지지난 서울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후보가 <의무 급식>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곽후보가 교육감이 되자 서울은 당장 <의무급식>을 실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곽교육감이 교육감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은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의무 급식을 하고 있다. 어디 그것 뿐인가? 예전에는 새학기만 되면 여러 가지 학습 준비물들을 구입하느라 문방구가 난리가 났는데 몇 년 전부터 나라에서 어린이들 1인당 2-3만원 정도의 학습 자료비를 책정하여 학교에서 학습 준비물을 일체 구입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러 가지 복지 정책을 놓고 여야 양쪽에서 엄청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18대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자신의 공약이었던 유아 양육비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이제 "복지"는 예전에 진보 진영에서만 나오는 논리가 아니라 대세가 되어 버렸다.
한창 의무 급식을 전면 확대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하느냐 아님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하느냐 양편의 논리가 팽팽했었다. 그 때 교사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많았었다. 그 당시 우리 나라를 휩쓸었던 책이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복지 정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세금 증대는 각오해야 할 문제였고, 지금 우리 나라 여건에 복지가 확대되는 게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많았었다. 복지가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고, 보편적 복지를 하지 말고 선별적 복지를 해서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나는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으면서 복지란 미래를 위해 드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존 루크의 이론을 보면서 복지 정책이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의 위치에 내가 서 있을 때의 입장에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의무 급식에서만큼은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맞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것은 제쳐 놓고, 내가 확실히 경험한 복지의 혜택만 언급해 보자. 의무 급식이 아닐 때는 매달 행정실에서 담임에게 급식비 미납자 명단이 넘어 왔다. 그러면 해당 아이에게 통신문을 나눠주고, 알림장에 적어 주고, 심지어는 보호자께 문자까지 보내야 하는 일들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잔무들이 사라져서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아이들 학습 준비물도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구입하여 필요할 때마다 교사가 나눠주니 준비물 안 가져와서 혼 낼 일도, 혼 나야할 일도 없어졌다. 복지란 이런 것이다. 편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나도 행복하고, 이웃도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복지 확대가 일명 "거지 근성"을 키워준다고 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우려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켜 준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얼마 전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그 나라 국민들은 오히려 사회 전반에 확대된 복지 정책으로 인하여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현실을 즐기면서 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지가 어떻게 현실을 즐길 수 있겠는가?
사회 복지가 없는 나라에서는 학교를 다닐 때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도 돈이 무지 많이 들어.
그래서 너도나도 부자가 되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게 돼.
그런 상황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가 평생의 실패가 되기 쉬워.
자연히 사람들은 안정적인 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만 선택하려고 하게 되지.
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게 <사회 복지>를 이룩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 그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의 기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현재 우리 나라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아 때부터 사교육에다, 무한경쟁에 시달리게 하고, 중고등 학교 시절을 오로지 대학만 바라보며 살게 하고, 상아탑이라는 대학은 이미 취업을 준비하는 학원이 된 지 오래고, 한 번 실패는 평생의 실패이고,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에다, 실업하면 제2의 직업을 찾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어렵고.......경쟁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회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거지 근성을 길러 주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누리게 해 주는 안전장치가 바로 사회복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