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전교회장선거에 나간다고 하여 나까지 덩달아 바빠졌다.
어제 오후에도 교실에 친구들을 데려와 피켓을 만들고
오늘도 피켓 제작과 선거운동 연습을 하기 위해 교실에서 만났다.
딸 친구들을 보니 딸처럼 전혀 육학년같이 생기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한 마디로 유유상종!!!
피켓을 마저 제작하고
노래에 맞춰 구호를 준비하였다.
노래는 일단 한 번 들으면 입에 착착 감기는 건데 내가 골라줬다.ㅎㅎㅎ
"너 알아서 해라" 했어도 엄마마음에 안 도와줄 수가 없다.
포스터도 금요일 1 교시 쉬는시간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는데 
나한테는 그냥 내일까지라고만 해서
부랴부랴 완성해서 제출하고 딸에게만 맡기기에는 덜렁대는 성격이라서 안심이 안 된다.

내 일만 해도 정신 없는데 딸 선거까지 겹쳐서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아들도 데리고

작업하기 편한 교실로 간 것이다.


그래도 애들 연습하는 것 보니
어쩜 그리 순수한지....
딸도 전에 친구가 부회장 선거 나갈 때 자기일처럼 열심히 도와주더니 
이번에는 딸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실전처럼 동영상 찍어가면서 시간 체크도 하는 게 기특하였다.

다른 후보들은 금요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딸은 전달사항을 잘 듣지 못해 금요일을 놓쳤으니......

월요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니 그만큼 더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한다.
딸, 아자아자 파이팅!!!


딸의 말처럼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좋은 추억 만들기가 될 것 같다.
함께한 아들도 누나들의 선거운동릉 보면서 뭔가 느끼는 눈치다.

12시에 만나서 3시 30분에 헤어지기까지

정작 선거운동은 절반도 채 안 한것 같다.

나머지는 지네들끼리 수다 떨고 작전 짜고 음악 듣고....

나도 전교회장에는 출마해 본 적이 없어서 딸이 하는 걸 보니 대견해 보이기도 하다.

그 동안 다소 자리 욕심이 없는 게 좀 불만이었는데

이번에 회장도 되고,

자기 스스로 전교회장 선거에도 나간다고 하니 그런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낀다.

4학년 때 회장하고나서는 다시는 임원 안 한다고 하더니 웬일인지 모를 일이다.

 

5년 전 6학년 담임할 때는 아이들이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아

담임이 나가 보라고 종용하고 했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스스로 나가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듯하다.

울 학교도 10명의 회장 후보가 등록하였다고 한다.

작년에는 무려 12명이 후보로 나왔다고 한다.

생기부에 한 줄 써 주는 것도 많은 기여를 한 듯하다.

어찌 되었건 임원을 해 보는 것은 아이에게 많은 경험이 된다.

저학년 담임을 할 때도

아이들에게

"능력을 떠나서 회장에 도전해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귀한 경험이다" 라는 말을 해 주곤 한다.

실패도 성공도 모두 아이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부장을 안 하다가 해 보니

책임감도 달라지고, 시야도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다.

부장이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 지 예전에는 어렴풋이 느끼던 것을 요즘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담임은 울 반만 신경 쓰면 되지만

부장은 학년을 총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서고 있어야 한다.

내가 실수하면 울 학년 전체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생기부에 한 줄 남는 기록이 아이들에게 전교회장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켰듯이

부장에 대한 처우도 달라져야 부장 자리에 대한 욕구도 증대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주는 7만원 수당 가지고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부장 기피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건 6학년 담임 수당과도 같은 맥락이다.

해마다 6학년 담임 기피 현상 때문에 윗분들께서는 6학년 담임 배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곤 하시는데 그렇기 때문에

6학년 수당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현장에서는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건 성과급과는 별개로 말이다.

학교라는 시스탬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부장도 필요하고, 6학년 교사도 필요하다.

그런데 교사들은 이런 자리를 기피한다.

왜? 승진할 것도 아니고, 내 시간을 많이 뺏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뭔가 획기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는 것에 비하면 부장 수당이 정말 적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학교 12 부장 가운데서도

실제로 승진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분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 나처럼 어거지로 하거나 아님 봉사 차원에서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전되었는데

 

전교회장 선거에 후보자가 없어서 무투표 당선되던 시기가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후보자가 나오는 걸 보니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렇담 부장도, 6학년 담임도 이런 걸 벤치마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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