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들과 교실에서 첫 수업을 하는 날이다.
1학년은 3월 내내 처음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참 고달프다.
실내화 신는 것부터 시작해서 신발 주머니 넣기, 화장실 가기, 통신문 배부하기 등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여야 하기 때문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잔소리를 해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모두에게 말한 이야기를 꼭 되물어 보고, 똑같은 질문을 연속해댄다.
그럴 때면 왜 내가 1학년을 맡았지? 하는 후회감이 밀려 온다.
5월 정도는 지나야 아이들이 비로소 학생다와진다.
놀토 없을 때는 수업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그래도 3월 한 달은 급식이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건만
이제는 입학식 다음 날부터 급식을 하게 되니 진짜 3월이 무지 힘들다.
하나 하나 보면 그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인데
모아 놓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행동하니...
연거푸 4년을 1학년을 맡다 보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말할 것도 없이 학년에 대한 전문성이 생긴다는 점이고
단점은 전에 맡은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를 한다는 것과 타성에 젖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늘만 해도 벌써 신발 주머니 안 가져온 아이 둘에다 (첫날부터 신발 주머니 없이 오는 경우는 첨 본다.)
통신문 제출 안 한 아이 10 여명
크레파스 안 가져 온 아이 1명
이름표 안 달고 온 아이 등등
신입생 치고는 준비물을 챙겨온 게 정말 실망이었다.
한편으론 학부모들이 얼마나 바쁘면 그럴까 이해가 가면서도
그래도 신입생인데 이렇게 준비물을 안 챙겨 보내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랴!
보호자들이 못 챙겨 준건데....
작년에 비해 준비물을 챙겨 오는 게 다소 떨어진다.
해거리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작년 우리 반이 사립 수준으로 높았던 게지.
그렇게 위로를 해야지.
처음으로 교실에서 수업을 하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아이도 몇 명 보인다.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계속해서 재잘거리는 아이가 있다.
주의력이 약한 아이들은 하루를 생활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이 아이가 올해의 나의 목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교장님의 말씀처럼 할미꽃의 겉모습을 보지 말고 할미꽃의 내면을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할미꽃이 구부러지고 털도 북슬북슬한게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부들부들한 주단 같은 속내를 볼 수 있다는 교장샘의 말씀이 힘들었던 오늘 하루, 나를 일으켜 세운다.
교실에 있는 할미꽃 같은 아이들 , 그 아이들의 고운 속내를 들여다 보는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