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학 내내 학교에 나가 있어도 교실 이사 엄두를 못 냈다.

교육과정 작업 때문에 마음에 전혀 여유가 없어서였다.

내 짐을 먼저 치워줘야  새로 이사오실 분이 짐 정리를 하는데 미안하게도

먼저 그 분의 짐이 교실에 들어왔다. 너무 죄송했지만 양해를 구했다.

그나마 나를 잘 이해해 주는 동료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작업하다 머리에 부하가 걸리면 가끔 머리를 식힐 겸 몸을 움직여서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것들은 옮겨 놨다.

새로 이사 갈 교실이 그나마 가까워서 천만다행이었다.

 

문제는 책이다.

수퍼남매에게 책 옮기는 것 좀 도와줄래 하고 운을 떼니 좋다고 하여 그제는 데리고 갔다.

희망찬샘처럼 책이 60상자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300여권이 넘어서 하루 날 잡아서 책을 옮기는 게 좋겠다 싶었다.

수퍼남매와 옆에 계시던 동료가 도와주는 덕분에 내 책은 생각보다 금방 옮겼다.

하지만 정작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다.

새로 이사가는 교실에 책들이 엄청 많은데 자세히 살펴 보니 효용 가치가 떨어진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것들을 다 버려야 한다. 놔둬봤자 아이들이 읽지도 않으니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 버린 책들을 페휴지 창고까지 운반하는 게 문제였다.

이건 하는 수 없이 남편한테 부탁해야지 싶었다.

 

일단 내 책은 옮겨 놨고 책꽂이까지 자리를 잡으니

수퍼남매가 알아서 책들을 꽂아 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 동안 난 밀린 일을 조금 했다.

 

점심을 먹고나서 버릴 책들을 골라내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페휴지창고에 갖다 놓더라도 분류는 해 놔야지 싶었다.

지난 번에 본 바퀴 달린 이동 카트가 있으면 창고까지 쉽게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주무관님께 이동 카트를 빌려 달라고 하였더니

주무관님께서 복도에 내놓으면 나중에 버려주시겠다고 하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열심히 분류를 하여 버릴 책들을 복도에 내 놓았다.

오후 3시 정도에 주무관님 두 분께서 카트에다 그 많은 책들을 옮기시고 폐휴지 창고까지 운반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우리 엄마가 난 인덕이 많다고 하더니 진짜다.

동료에다 , 두 주무관님까지 도와주셔서 드디어 교실 이사를 끝낼 수 있었다.

거기다 무엇보다 우리 수퍼남매까지 도와주고 말이다.

 

학교에 나와서 일하다 보니

여러 선생님들이 교실 이사를 할 때 가족들을 동원하는 게 눈에 띄었다.

딸도 오고, 아들도 오고, 남편도 오고....

나도 매번 남편과 둘이서 하곤 하였는데

이번에는 수퍼남매가 아빠 대신 잘 도와줘서 진짜 대견하고, 고맙다.

마지막에는 책상 뒤로 밀고, 빗자루 들고 청소까지 도와줬다.

언제나 든든한 가족과 동료들이다.

 

봄방학 내내 엄마가 계속 출근하는 바람에 어디 한 군데도 가지 못하고

집에 콕 박혀 지낸 우리 수퍼남매와

오늘은 모처럼 데이트를 하기로 하였다.

이름하여  <요리 체험>

가까운 곳에 아이들 요리 체험 교실이 있어서 예약을 했다.

 

아무튼 교실 이사 끝내서 속이 후련하다.

더불어 일단 교육과정 초안도 제출해서 속이 개운하다.

오늘과 내일은 무조건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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